5년새 400만원 오른 샤넬백, 중고로 팔면…

5년새 400만원 오른 샤넬백, 중고로 팔면…

송지유 기자, 전혜영
2012.08.04 06:02

[르포]명동·강남 중고 명품매장 돌며 샤넬백 시세감정 받아보니

"엠보(가죽쿠션)가 좀 죽었네요. 안쪽 박음선도 좀 틀어졌구요. 사장님이 직접 보고 매입 여부와 가격을 감정하거든요. (사장한테)다녀오려면 10∼15분 정도 걸릴것 같아요. 제품상태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앉아서 기다리세요."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서울 명동의 한 중고 명품매장. 기자가 샤넬 핸드백을 내밀자 직원이 흰색 면장갑을 끼고 제품을 훑어보며 고자세(?)로 설명했다. 이날 중고 명품매장에 들고 간 제품은 샤넬의 대표 모델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2007년 200만원대 구입)과 스테디 라인인 '깜봉 라지 숄더백'(2004년 160만원대 구입)이었다. 캐비어 미디엄은 상태가 양호하지만 깜봉 숄더백의 경우 안감에 일부 오염이 있다.

↑샤넬 2007년형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샤넬 2007년형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잠시 후 핸드백을 가지고 돌아온 직원은 "캐비어는 160만원, 깜봉은 상태가 안 좋아 30만원 이상은 어렵다"며 "아마 서울시내 어느 매장을 가도 우리보다 많이 주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직원의 말은 적중했다. 이날 샤넬 핸드백 2개를 들고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 중고 명품매장 10여곳을 돌았지만 중고 시세는 거의 비슷했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가방 안쪽 작은 라벨에 써 있는 시리얼 넘버를 체크한 뒤 컴퓨터 검색을 통해 그 자리에서 매입가를 제시한다. 캐비어 미디엄은 150만∼160만원선, 깜봉 숄더백은 20만∼30만원선으로 매장별 감정가 차이는 10만원을 넘지 않았다.

↑샤넬 2004년형  '깜봉 라지 숄더백'
↑샤넬 2004년형 '깜봉 라지 숄더백'

캐비어 미디엄의 현재 백화점 판매가는 600만원대, 깜봉 라지는 300만원대로 구입 당시보다 각각 3배,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중고 시세는 신제품 가격에 연동되지 않았다. 샤넬이 핸드백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어 사놓으면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다는 샤테크 법칙 역시 통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고 명품숍 사장은 "1∼2번 정도 든 새 제품이나 상태가 양호한 경우는 시세보다 조금 더 얹어주고도 매입하지만 구입가보다 많이 주지는 않는다"며 "가방마다 제조년도가 포함된 일련번호가 있어 중고 시세도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중고 명품 핸드백을 거래하는 방식은 크게 '매입'과 '위탁'으로 나뉜다. 매입은 중고 매장이 가방 주인에게 감정가를 지불하고 아예 제품을 넘겨받는 것이다. 재고판매로 매입 중고 핸드백은 손질해서 얼마에 되팔든 전적으로 중고매장의 몫이다.

반면 위탁은 가방 주인이 중고 매장에 명품백을 맡겨 놓고 거래가 완료되면 일정 수수료(평균 13∼15%)를 떼고 판매대금을 받는 것이다. 위탁의 경우 매입 방식으로 처분할 때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명동의 한 중고매장 직원은 "단골고객이 위탁했는데 4년째 팔리지 않는 제품도 있다"며 "급하게 돈이 필요한 고객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매입으로 가방을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에르메스, 샤넬 등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중고 감정가가 높은 편이지만 일단 사는 순간 가격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 중고 명품매장에서 샤넬백 시세를 알아본 직장인 임모씨는 "구입 당시보다 판매가가 크게 올라 중고로 되팔아도 최소한 원금 이상은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중고로 팔 것에 대비해 신경써서 관리했는데 기대보다 시세가 낮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송지유 기자

국내외 벤처투자 업계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간, 한 뼘 더 깊은 소식으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