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쌀수록 갖고싶다" 명품의 역공

[기자수첩]"비쌀수록 갖고싶다" 명품의 역공

전혜영 기자
2013.12.20 06:15

"2000만원이 넘는 핸드백을 사는 사람이 세금 수 십 만원 더 내는 걸 신경이나 쓰겠어요?"(A명품업계 관계자)

정부가 내년부터 수입가격(또는 출고가격)이 200만원을 넘는 고가 명품 가방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물릴 예정이다. 200만원 초과분의 20%만큼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다시 소비세의 30%만큼 교육세가 덧붙으면 3~7%까지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정부의 이런 개별소비세 부과 방침은 형평성이 그 배경이다. 고가 시계와 귀금속, 모피 등 200만원 이상의 다른 사치성 제품에는 이미 20% 개별소비세가 붙지만 유독 명품 가방은 과세대상이 아니었다. 과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개별소비세의 근본 취지이기 때문에 이런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속내도 있다.

하지만 명품업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개별소비세 부과로 명품 가방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우선 주력 가방 가격이 100만~300만원대인 루비이통은 대부분의 제품이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샤넬이나 에르메스처럼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 가방이 많은 브랜드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면 제품 당 최대 100만원이 넘는 가격인상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렌이 밝힌 것처럼 고가 제품은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더 잘 팔린다. 허영과 과시욕이 소비를 낳는다는 '베블렌 효과'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에 거침이 없는 것도 바로 이 베블렌 효과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국산 고급 세단이 벤츠보다 연비가 좋다는 점을 들어 선전했을 때 '벤츠 타는 사람이 얼마나 연비를 따지겠느냐'는 말이 돌았다"며 "1000만원짜리 가방을 사는 사람들이 100만원에 무슨 영향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명품 가격이 오르고, 일반인들이 더 사기 어려워질수록 베블렌 효과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명품업체 입장에서도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명품에 대한 수요는 결국 비싼 제품을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에서 시작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고가 제품에 대한 가격대별 차등 과세 등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절실하다. 어설프게 물리는 세금은 서민들의 박탈감만 깊어지게 하고, 해외 명품업체들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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