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리온의 비정(非情)한 가격인상

[기자수첩]오리온의 비정(非情)한 가격인상

장시복 기자
2014.01.02 06:10

식품업계 '10% 인상 룰', 오리온은 '나몰라'..한꺼번에 20~25% 가격인상 단행

13년 전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 신병들에게 달콤한 먹거리라곤 거의 없었다. 기자도 그때 훈련이 끝나고 먹던 초코파이의 단 맛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한국 소비자라면 누구나 초코파이에 얽힌 이런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지금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제과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오리온의 성장도 1970년대 동양제과 시절부터 한국 소비자들이 남다른 정(情)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할 소비자들의 애정을 요즘 오리온은 '나 몰라라'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오리온은 2012년 9월 초코파이 값을 25%나 올린 뒤, 1년 4개월 만인 이달부터 또다시 20% 인상하기로 했다. 1년 6개월 새 무려 50% 가격이 뛰는 것이다. 이처럼 가파른 가격인상 사례는 제과업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보다 매출액이 더 커진 중국에서는 최근 3년 넘게 초코파이 가격이 그대로다. 이 때문에 오리온이 한국 소비자를 역차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식품업계는 사실 여러 면에서 수년 째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 '물가 안정'은 이전 정부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생 경제의 최대 화두로 인식하고 있다. 가격을 올려 최소한의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식품업계의 의지는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기 일수였다.

그래도 식품업계는 나름의 '인상 룰'을 지켰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10% 이하로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했다. 아무리 원가 부담이 높아졌고, 실적이 나빠졌어도 두 자릿수 인상은 경영악화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만 전가하는 태도라고 인식했다. 전 국민이 고객인 식품기업이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 룰을 지킨 것이다.

하지만 오리온에게 이 룰은 애당초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에도 '다이제' 가격을 25~33%씩 올리는가 싶더니 이번에 초코파이를 한꺼번에 20% 다시 올렸다. '고소미' 가격도 25%나 인상했다. 이렇게 챙긴 수익의 일부는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62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고액 배당금으로 흘러갔다.

새해 벽두부터 식음료업체들의 가격인상이 봇물을 이뤄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 인상에는 영업이익의 30% 이상이 줄어드는 식음료업체들의 고충이 일정부분 녹아있다. 그러나 다른 기업에서는 오리온처럼 큰 폭의 인상 사례는 없다. 오리온이 초코파이에 대한 고객 충성도만 믿고 배짱 인상에 나서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갑을 열어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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