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마시고 나면 자꾸만 생각나는 묘한 매력 위스키.

한번 마시고 나면 자꾸만 생각나는 묘한 매력 위스키.

김선녀
2014.10.24 10:00

WHISKEY from JAPAN

일본에서도 위스키를 만든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마시고 나면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 영국,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그리고…세계 5대 위스키 중 마지막 한 나라가 바로 아시아의 일본이다. 스카치테이프의 경우처럼, ‘스카치위스키’라는 일반 명사까지 만들어낸 ‘ 원조’ 에 대해 철저한 고집과 믿음을 고수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 위스키는 무척이나 생소하다. 설령 이제부터 일본 위스키가 세계 5대 위스키라는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일본 위스키를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외에도 태국, 인도, 대만 등이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중 인도 위스키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대만 위스키 역시 짧은 역사에 비해 뛰어난 품질로 인정받으며 점점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위스키가 가장 인정받는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숙성 기간 때문이다. 일찍이 무모해 보이던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어 이미 1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 위스키가 세계적인 위스키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위스키 제조에는 물과 땅의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일본의 경우는 위스키를 제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곳이 전혀 아니었다. 좁고 불안한 지형에 덥고 습한 날씨라 자연환경의 도움을 받지 못했음에도 순전히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일궈낸 작품인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이들의 집념 하나만큼은 박수를 쳐줘야 할 듯싶다.

Yamajaki1923년 일본에 처음 세워진 증류소에서 생산되는데, 최상의 물과 최적의 기후 조건으로 유명한 야마자키에 위치해 있다. 12년산은 마른 과일 향과 꿀 향을 지닌 미디엄 보디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18년산은 스파이시한 향과 체리 향이 풍부하게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이다.

Taketsuru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다케쓰루 마사타카의 이름을 사용한 블렌디드 몰트위스키. 홋카이도의 요이치와 센다이의 미야기 두 곳의 증류소에서 오랫동안 숙성을 거듭해 복잡한 풍미를 내는 것이 특징이며 2013년 최고의 퓨어 몰트로 뽑히기도 했다. 아쉽지만 한국에서는 2011년 이후 정식 수입이 중단되었다.

◇ 산토리 vs. 니카일본 위스키 브랜드의 양대 산맥은 산토리와 니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토리가 맥주 브랜드로 좀 더 친숙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가쿠빈 하이볼로 ‘위스키도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산토리의 위스키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산토리의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는 스코틀랜드로 건너가 위스키 제조 방법을 배우고 돌아온 뒤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함께 일본 최초의 증류소인 야마자키 증류소를 건설했다. 오랜 시행착오와 연구 끝에 1929년 일본 최초의 위스키인 ‘시로후다’를 출시했지만 일본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긴 연구 끝에 1937년 출시한 술이 바로 ‘가쿠빈’이다. 한편 당시 위스키 디스틸러였던 다케쓰루는 도리이와의 의견 차이로 1934년 독자적인 위스키 회사를 차리는데 그것이 니카 위스키다. 그는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유사한 홋카이도에 요이치 증류소를 세웠다. 지금도 산토리는 일본 스타일의 위스키를, 니카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전통 제조법을 따른 위스키를 만들어 두 브랜드는 확연히 구별된다. 산토리와 니카의 경쟁이 일본의 위스키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된 셈이다.

Hakushu일본 남알프스의 울창한 숲 가운데 위치한 하쿠슈 증류소는 1973년 건립되어 한때 가장 큰 규모의 증류소로 활약했다. 가볍게 피트 처리된 몰트를 사용하고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몰트위스키를 생산한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이며 풍부한 달콤함과 기분 좋은 우드 향이 조화를 이룬다.

◇ 다분히 일본적인 술, 하이볼최근 하이볼이 유행이다. 하이볼은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 중 하나로, 위스키에 소다수를 타서 8온스짜리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칵테일을 뜻한다. 어원에 대한 몇 가지 속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미국에서 기차가 출발할 때 내는 신호였다는 내용인데, 한마디로 열차가 출발하기 전 가볍게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이볼이 국내에서도 친숙해진 이유 중 하나는 일본 드라마 의 공이 컸다. 드라마 속에서 치킨 가라아게와 가쿠하이볼을 마시는 한 여자의 모습이 종종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가쿠하이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하이볼 전문 바가 생길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래서인지 하이볼은 무척이나 일본적인 술로 느껴진다. 거하게 취하기보다는 음식과 곁들여 술을 마시는 반주 문화가 주를 이루는 것 역시 일본 술에 하이볼이 어울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하이볼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잔 안에 레몬을 가볍게 짠 후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위스키와 소다수의 비율을 1:3 정도로 섞어 잔에 넣은 후 잘 저어주면 된다. 한 번 마셔보면 생각보다 위스키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기분 좋게 취하는 하이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Hibiki산토리의 대표 위스키인 히비키는 산토리 창업 90주년을 기념해 출시되었다. 일본 참나무 미즈나라 소재 캐스크에서 숙성된 야마자키를 주요 몰트로 하고 약 30가지의 풍미를 지닌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블렌딩해 최고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든다. 17년산은 스파이시한 맛이 강하고, 21년산은 깊고 진하면서도 복잡한 끝 맛이 매력적이다.

◇ 일본 위스키, 정말 맛있을까?몰라서 그렇지, 한 번 마시고 나면 계속 찾게 되는 술이라는 게 일본 위스키에 대한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본 위스키가 대체 어떤 맛이기에 그럴까? “일본 위스키는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요. 밸런스가 좋죠.” 커피 바 케이의 손석호 매니저의 말이다. 일본 위스키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 균형감이다. 일본 사람들은 균형감 있는 맛을 선호한다. 이런 일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생산되기 시작한 일본 위스키는 맛과 풍미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극단적인 방식을 철저히 지양한다. “같은 방식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술맛은 달라져요. 일본에서 만드는 위스키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죠. 강하고 드라이한 서양 위스키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꽃같이 화사한 풍미가 풍부해요.” 더 몰트샵의 길범진 매니저는 요이치와 히비키의 정교함은 스카치위스키도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한다. 스카치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 때 다른 회사의 증류소에서 생산된 원액을 사용해 블렌딩을 한다. 그에 반해 일본 위스키 업계는 다른 회사와 와 원액을 교환하지 않는다. 덕분에 각 회사마다 위스키를 생산하는 교유 설비를 가지고 있다. 증류기의 형태나 모양 역시 가지각색인데, 일본에서 자란 참나무를 이용해 오크통을 만들거나 대나무로 숯을 만들어 위스키를 여과시키기도 한다. 산토리 히비키의 경우 매실장아찌를 만들 때 사용하는 통에서 위스키를 숙성시키는데, 이렇게 만든 위스키가 늘 마셔오던 스카치나 버번과 비슷할 리 없다. 일본 위스키에는 일본의 자연 그대로가 각각의 술에 이야기처럼 담겨 있다. 유럽, 아메리카의 토양과 물로 만들어온 익숙한 맛의 위스키와 섬나라의 장인들이 만든 위스키는 확실히 다르다. 새로운, 그것도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해 정성을 들여 만든 술맛을 경험해본다는 것은 어쨌든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원조가 아니라는 선입견을 떨쳐내고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우리가 알던 위스키의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흥미로워질 것이다.

Yoichi영국의 이 주최한 세계 싱글 몰트위스키 대회에서 스코틀랜드 출신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한 니카의 대표적인 위스키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한 향과 달콤한 끝 맛을 자랑한다.

◇ GOOD BARS IN SEOUL일본 위스키를 시도해볼 만한 분위기 좋은 서울의 바 3곳.

The Lounge 더 라운지서울시내에서 가장 서울스러운 호텔, 더 플라자의 로비 층에 있는 ‘더 라운지’는 낮에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맛있는 망고빙수를 파는 디저트 카페지만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수십 종류의 싱글 몰트위스키를 마시는 근사한 바로 변신한다. 낮은 조명과 키가 높은 의자, 둥그런 테이블은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듯 위스키 맛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일본 위스키의 종류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무려 일곱 종류 이상의 일본 싱글 몰트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야마자키 12년과 18년, 하쿠슈 12년과 18년, 요이치 15년산, 히비키 17년산과 21년산 등 주옥같은 일본 위스키 종류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일본 위스키의 맛을 음미하고, 공부하는 데 적합한 장소다.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 119 문의 02-310-7400 시간 17:00~01:00

The Library 더 라이브러리더라이브러리가 보유하고 있는 몰트위스키의 종류는 총 150여 개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그 가운데는 글랜퍼클래스 1954, 오번 1969 등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구하기 힘든 제품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크리에이티브 위스키 컴퍼니 대표 데이비드 스터크의 자문을 통해 위스키 메뉴 리스트를 만든 덕분에 종류와 취향도 공평하고 다채롭다. 일본 위스키 종류도 비교적 많은 편인데, 산토리의 야마자키, 히비키, 니카 요이치 15년산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더 라이브러리 바에서는 세 가지의 대표적인 싱글 몰트를 비교해 테이스팅할 수 있는 ‘몰트 플라이트’를 제공한다.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 249 문의 02-2233-3131 시간 9:00~02:00

Coffee Bar K커피 바 케이일본 긴자에서 시작된 위스키. 칵테일 전문 바로 청담동에 이어 한남동에 문을 연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짧은 기간 안에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바로 알려졌다. 수준급의 칵테일은 기본이고, 200개가 넘는 화려한 위스키 리스팅이 돋보인다. ‘ㄷ’자 형의 독특한 바 형태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은은한 조명, 여기에 훌륭한 바텐더들의 정중하면서도 출중한 응대는 마니아들이 커피 바 케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야마자키를 포함해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니카 위스키까지 열다섯가지의 일본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근처의 다른 바들과 달리 커버 차지가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73 문의 02-796-9311 시간 19:00~03:00

도움말유성운(한국위스키협회 사무국장) 가로 세로 가로세로 비율유지 정렬 가운데 왼쪽 오른쪽 워터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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