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시장 위축으로 패션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역대 최고 실적을 쓴 의류 회사가 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종합 패션 기업 '하고하우스'다. 매출액이 50억원에 불과했던 마뗑킴을 불과 2년여 만에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시킨 회사로도 유명하다.
2018년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출발한 하고하우스는 2020년 초 국내 패션업계 내 최대 투자자인 대명화학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은 이후 본격적인 브랜드 인큐베이팅에 나섰다. 쇼핑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국내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접하게 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 계기다. 마뗑킴, 드파운드 등 투자 회사를 백화점에서도 잘나가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면서 하고하우스의 실적도 고공행진중이다.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하고하우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성장한 65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총 1750억원으로 창립 이래 최고 실적이다. 자체 브랜드 사업 및 온·오프라인 플랫폼 운영 수익도 있지만 매출액의 대부분은 지분 투자한 브랜드에서 비롯됐다.
하고하우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 기반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경영 전략, 재무, 유통망 확대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지분 투자를 통해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국내에선 유일한 비즈니스다. 홍정우 대표가 SK네트웍스 재직 시절 '스티브J&요니P' 등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했던 경험을 살려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2020년 하반기 첫 브랜드 투자를 시작한 이래 하고하우스는 현재 37개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이중에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 '르아보네' 등 6개의 자체 브랜드(PB)도 포함돼 있으며 이들 브랜드는 하고하우스가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서도 유통된다.
하고하우스 사단이 이례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특유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있다. 각 브랜드의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상품 기획부터 물량 계획, 오프라인 진출 전략 수립 등 경영 전반을 도맡아 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
마뗑킴만 해도 2년전에는 이름없는 작은 온라인 패션 브랜드에 불과했다. 재고 부담 등으로 인해 재무 구조마저 건강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하지만 하고하우스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마뗑킴은 2년 만에 투자 전 대비 매출이 10배 이상 오르는 등 소위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고하우스가 지난해 말 투자한 '드파운드'도 올해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했고 '르셉템버'는 최근 백화점 4곳에 매장을 열었는데 구역 내 매출 상위 브랜드로 등극했다.

하고하우스는 온라인으로 기반을 다진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진출이 필수라고 본다. 하고하우스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던 시기에 역발상으로 투자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진출을 도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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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 진출은 백화점으로 한정했다. 경기 부침 혹은 상권 변화에 따라 매출 변동폭이 큰 로드숍은 배제했다. 대표적인 유통 채널인 백화점에서 전개하는 브랜드로 인식돼야 중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타 브랜드들이 수도권에 첫 매장을 낼 때 지방 거점 백화점으로 향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하고하우스의 오프라인 전략 중 하나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드파운드는 올해만 더현대 서울 및 대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롯데백화점 전주점 등에 진출하며 4050 고객층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해외 고객까지 확보했다. 드파운드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0% 급증했다. 월평균 1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중인 마뗑킴과 MZ세대 남성 고객의 워너비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유니폼브릿지' 역시 전년 대비 5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르셉템버는 주요 백화점 입점 후 전 매장에서 평균 월 1억원 이상의 매출 실적을 기록하는 등 매해, 매달 자체 기록을 갱신 중이다.
하고하우스 관계자는 "마뗑킴, 드파운드 등이 백화점에서 성공하면서 다른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 협상도 수월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고하우스는 이러한 성장세에 탄력받아 올해 총 매출액 목표를 2500억원으로 잡았다. 연말까지 드파운드, 마뗑킴, 보카바카, 르셉템버 등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10여 곳 이상 추가로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