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나도 당할수 있다" 국민청원, 불안한 국민의 SOS

[MT리포트]"나도 당할수 있다" 국민청원, 불안한 국민의 SOS

최경민 기자
2018.11.26 17:01

[the300][MT리포트-국민청원 신드롬]강력사건 청원 빗발…"그것도 다 민의"

[편집자주] 촛불혁명의 연장, 부조리를 드러내는 착한 분노의 산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향한 찬사다. 그 이면에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에 여론이란 날개를 달아 확산시키는 갈등의 공장이란 평가도 있다. 국민청원의 순기능은 키우고 역기능은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추천 20만명을 넘겨 답변 대기 중인 청원들. 대부분이 강력 사건 및 범죄에 대한 징벌 관련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추천 20만명을 넘겨 답변 대기 중인 청원들. 대부분이 강력 사건 및 범죄에 대한 징벌 관련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그것도 다 민의가 아니겠습니까."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분노 표출의 장이 되고 있는 국민청원과 관련 질문을 하면 흔히 돌아오는 답이다. "어떤 의견이든 국민들이 뜻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과 맞닿아 있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내년 초 국민청원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지만 이런 기본 정신은 꾸준히 지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해왔던 "들어라도 줘야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을 실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청와대 청원에 대한 비판은 최근들어 분노가 지나치게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 기반한다.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할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답답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콘셉트로 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렸고, 이곳으로 불안에 시달리는 민의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것이다.

실제 최근 추천수 20만명을 넘은 청원 중에는 강력 사건의 희생자 가족이나, 친지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시민들이 가장 원초적인 불안감을 사회로부터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청원 중에는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다 △억울하게 떠나신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달라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의자는 사형을 선고받아 한다 △5년 전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한다 등이 추천인 20만명을 넘어 답변요건을 갖췄다.

이밖에도 △성범죄피해자의 집주소와 주민번호 등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달라 △리벤지포르노 범을 강력 처벌해 달라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을 해달라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더 강화해달라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 등 '징벌'에 초점을 맞춘 청원들 역시 많은 공감을 받았다.

"내 불안을 알아달라"는 소수의 요청에, 사회에서 불안감에 시달리는 다수의 민의가 응답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일부 특별한 강력 사건 피해 사례에 대해 공감하는 시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된다. '언제든 강력 사건의 피해가 나에게, 혹은 내 가족·친지들에게 들이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다만 이같은 청원들의 경우 경찰 조사 중이거나,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경향이 있어 청와대 입장에서는 '미지근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강제추행 혐의 구속,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2심 재판 중으로 청와대 언급은 삼권분립에 맞지 않다"고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청원에 동의를 했던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은 청와대의 불확실한 답에 또 다시 분노를 느끼고, 불안감이 재생산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정 개인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청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과거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 자격박탈 청원'에는 6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몰렸다. 청와대 측의 자제 요청에도 특정인에 대한 사형 청원 역시 꾸준히 올라오는 중이다.

문 대통령이 앞세운 '경청'의 가치를 계승하고, 지나친 불안의 재생산을 막아내는 게 국민청원 개편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분노가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시한 청와대에 권한이 없는 사안에 대해 답을 안 하는 방법, 청원 내용의 공개 기준 마련 등의 방법 역시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국민청원을 꾸준히 보완해왔는데, 그 취지에 맞는 순기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의의 가감없는 표출이 인신공격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밝히면서도, 사회에 불만 섞인 민의가 청와대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막을 수가 없다. 어떻게 제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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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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