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MT리포트-국민청원 신드롬]억울함 알리고 제도개선 순기능

대의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치시스템이지만 한계도 있다.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가 모여드는 곳이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34만개 이상의 청원이 접수됐다. 20대 국회의 입법청원이 159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 참여다.
◇억울한 사연 알려=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억울한 일을 당해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제도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다. 여기서 이슈가 되면 전국민이 감시자가 돼 청와대 답변과 향후 처리과정을 지켜본다. 과거정부에서 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지난달 18일 한 남성이 "너무 억울하다"며 산부인과 의료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의 차트 조작 등을 주장한 그는 "첫째 딸은 아직도 엄마가 동생을 낳아서 병원에서 치료하고 있는 줄 안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춘천 혼수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도 지난달 31일 “혼수·예단 문제는 거론된 적도 없는데 가해자 말에 의존한 오보로 가족과 딸이 또 한번의 억울함과 슬픔을 겪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두 청원은 아직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여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제도개선 필요성 발굴=국민청원은 '입법청원' 기능도 한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요구한 이른바 '윤창호법' 제정 청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한 뒤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이다. 민사소송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보호해 달라는 '민사집행법' 개정 청원은 법무부에서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차량에 내리지 못한 아이가 없는지 확인하는 '슬리핑차일드 체크 시스템' 청원은 보건복지부의 법 개정 추진을 이끌어냈다.
국회에도 입법 청원제도가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국회의원 1인 이상의 소개를 받아야 청원이 가능하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다. 진입장벽이 높은 국회 대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민의의 전당' 국회의 여론수렴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단 구체적으로 입법조치를 요구하는 국회 입법청원과, 온갖 목소리를 다 표현할 수 있는 청와대 청원을 단순비교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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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게 직접 청원하는 '의원 면담법'= 국회도 진입장벽을 낮추고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제도를 마련 중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면담법'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현행법상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민원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청원은 '청원법'에 따라 처리한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공식적인 창구는 부족했다.
박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선거권자 30명 이상이 면담 신청서를 작성해 국회의원에 보내면 해당 의원은 수락이나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 국회의원은 면담 사유가 불명확하거나 직무수행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명백할 때를 제외하고는 면담신청을 거절할 수 없다. 헌법에 보장돼있으나 잠들어 있던 권리인 청원권을 깨우는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