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지 '강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vs "우리가 말한 것은 '강의'가 아니라 '제안'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나눈 말이다.
트리세 총재와 박 장관의 이 짧은 대화는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차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G20이 "강력하고 과감한 국제 공조"를 외치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 번 '위기 해결사'로 전면에 부상했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 다른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짐작케 한다.
G20이 글로벌 재정위기 해법을 도출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현 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국의 인식이 달라 단일한 공조정책을 취하기 어렵다. 더욱이 선진국의 문제는 경기후퇴인 반면 신흥국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등 경제 여건도 크게 다르다.
양측이 서로를 겨냥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신흥국들이 위기를 극복할 준비를 덜 한 것 같다" ""선진국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국제 공조'는 외교적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 장관 역시 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를 마치고 귀국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유럽 각국은 유로존에 대한 신흥국의 회의적인 시각과 관련,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훈수를 둔다'고 언짢게 생각하는 반면 신흥국은 유럽 위기가 신흥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은 결국 금융위기 때 처럼 강력한 국제공조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는 금융위기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파괴력은 몇 배나 더 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선진국들은 재정 지출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재정 지출 여력이 떨어지고 금융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을 이끌던 신흥국들도 인플레의 덫에 걸리면서 고속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이야 말로 좀 더 빠르고 강한 '국제공조'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