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위한 과학기술정책인가?
과학기술은 인류를 절대빈곤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크게 기여해왔다. 특히 우리나라가 빈곤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한 것은 과학기술의 힘이 컸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힘은 아직 판도라상자 속의 희망을 끄집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가 과학기술적 진보에만 얽매여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엔 소홀했기 때문이다. 최근 제기되는 글로벌 이슈인 환경과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고령화 문제, 새로운 질병 유행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적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배너바 부시(Vannevar Bush)의 '과학: 그 끝없는 프런티어'(Science: The Endless Frontier)는 과학기술정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국방 중심의 미국 과학기술정책을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과학기술정책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책을 국가정책의 핵심으로 추진해왔지만 지금까지는 공정혁신과 신제품 개발로 선진국을 추격하는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다른 국가를 리드하는 창의적 과학기술이며, 글로벌 차원의 사회적 이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다.
◇어떠한 과학기술정책을 구축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 미래사회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전망이 있어야 한다. 미래사회의 도전이 무엇이며, 이러한 도전의 사회적 파급효과는 어떠한지, 어떤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지에 대한 성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미래연구'(foresight)다. 미래연구는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따른 이슈들을 해결하는 미래전략 차원의 패러다임에서 수립해야 한다. 즉, 넓은 통찰력으로 미래를 읽고 장기적인 미래비전의 청사진을 그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미래예측에 기반한 새로운 과학기술정책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이제 정부출연연구소는 기업이나 대학연구소와 차별화된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로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공공복지 및 보건, 재난·재해 대응 등 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문제해결형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로 미래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네트워크 강화 및 생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국내의 미약한 미래연구 역량, 그리고 미래사회의 복잡성 및 다학제성을 고려할 때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미래연구는 필수다. 국내외 미래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도 요구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EU의 '제7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ramework Program)'에 13개 국가와 '국제미래아카데미'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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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미래전략 차원의 과학기술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사람과 사회, 그리고 시대정신과 소통하는 가치 기반 위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자세가 요구된다. 이를 토대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국리·민복·공영의 가치가 균형잡힌 '국가경쟁력 강화에의 기여' '사회적 이슈 해결에의 기여' '국제사회 발전에의 기여'를 위한 실천적 미래연구를 통해 과학기술정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그 첫 단계로 체계적인 미래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한다. 전문연구자와 공무원, 대중을 위한 미래연구 표준교재 및 교육자료 개발을 통한 미래사고의 확산을 위해서다. 두 번째로 오스트리아의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와의 국제 공동연구를 계획 중이다. 당분간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극단적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미래연구 전문 웹사이트를 구축해 미래동향 및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 그리고 전문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