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사'에 지친 주니어 직장인들에게

[기고]'복사'에 지친 주니어 직장인들에게

조주연 엔터웨이파트너스 이사
2012.03.21 17:00

항상 지쳐있고 고민 많은 대한민국 직장인들. 그중에서도 직장에 입사한 지 1년 정도 된 직장인의 고민을 들어 보면 그 무게감이 상당한 듯싶다. 대학입시만큼이나 힘들다는 취업장벽을 뚫고 입사한 뿌듯함과 벅참도 잠시뿐이다. 1년 정도 지난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아는 만큼 고민도 커진다고 했던가. 주니어연차의 많은 직장인이 고민을 토로하고는 한다.

공통적인 푸념 중의 하나는 "이런 일하려고 직장 들어왔나"라는 자괴감인 것 같다. 관심 있는 일도 많고, 중요한 일도 맡고 싶건만, 업·직종과 상관없이 조직의 막내들은 '별것 아니라고' 느껴지는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들을 떠안게 되어 있다. 그 과정이 참 지루할 것이다. 대학 때 공들여 배운 전공지식도, 취직을 위해 쌓은 스펙도 어찌보면 전혀 소용없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겨우 복사나 하려고 그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졸업한 걸까" "고작 이런 일을 시키려고 그 화려한 스펙을 입사 기준으로 삼은 것일까"라는 한탄을 하면서.

그러나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당신, 사실은 사회인이 갖출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이 쓸모 없고 지루하다고 생각될지라도 당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이 너무 재미없다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런 일이나 하려고 그렇게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며 안달을 떨었을까 하며 본인을 한심하게 여기고 있다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빨리 털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쓸모 없다고 여기는 일들이 앞으로 당신이 가지게 될 어떤 커리어에라도 기본기가 되기 때문이다. 기본기 없는 사람처럼 경쟁력 없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예전처럼 복사만 1년을 해야 한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복사 잘하기, 프로젝터 활용하기 등 단순한 업무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시시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미래에 무슨 일을 하게 되더라도 바탕이 될 것이다. 고객 응대하는 방법, 미팅을 이끌어가는 방법, 프레젠테이션 하는 법 등은 더 연차가 쌓이면 못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심지어 전화받는 예절도 처음에 잘못 배우면 그대로 평생을 간다. 초등학교 산수시간에 사칙연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넘기면 고학년이 돼 수학이라는 과목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런 작은 일들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해냈느냐가 당신의 평판을 결정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얼마나 성실히 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커리어에서 오게 될 기회의 질과 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소한 일을 지시했을 때 불만만 늘어놓으면서 정작 일처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후배보다 작은 일이라도 성실한 자세로 완성도 있게 해내는 후배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커리어는 그런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지,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에 이런 믿음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사회초년생으로서 배우는 모든 일이,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아무리 지루하고,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일이라도, 지금 배운 것은 평생을 간다는 믿음을. 그리고 이런 일들이야말로 내 기본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믿음을 가져보자. 적어도 3년 동안 이직을 안하고, 처음 한 회사에서 지긋이 일을 배운 사람에게 기업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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