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다. 새삼 `삼인행 필유사(三人行 必有師)`란 고사를 되새긴다. 지나가는 세 사람 중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즉 도처에 본받을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한 경험을 필자는 학교 시절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많이 했다. 필자는 상사 복이 참으로 많았다. 특히 대우경제연구소 시절의 상사들이 그립다. 젊은 시절을 그 곳에서 보냈기도 했지만, 정서상 현재 필자가 수행하는 리서치 업무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대우경제연구소에는 `아시아의 천재`라는 별칭을 가졌던 최명걸 회장이 계셨다. 모든 연구원들이 그 분으로 인해 전전긍긍 했다. 상사여서가 아니라 그 분의 실력 때문이었다.
당시 대우경제연구소의 주 업무는 거시경제, 산업, 기업, 지역경제 분석 등 이었는데, 문제는 회장께서 거시경제뿐만 아니라 각 산업 전반의 프로세스, 원가 등을 꿰뚫고 있었다. 분야별 담당자들은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또 세세하게 업무를 챙기셨는데, 한번은 자료의 문법이 잘못되었다 하여 전 직원에게 국문법 책자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급을 불문하고 직원이 찾아가 질의하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시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이었다. 극단적으로 노력하는 이 소장은 부하들에게 일을 호되게 시켰다. 좀 과장하면 설날과 추석 당일 외에는 연중 내내 일하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직원들은 통상 새벽 1 ~ 2시에 퇴근하면서 "집에 잠시 다녀오겠다"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직원들의 사기는 충만했다.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직원들의 실력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무수행과정의 멘토 역할도 이 소장께서 했는데, 이 점이 직원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이 소장을 본인들의 미래상으로 삼기도 했다. 아직도 증권업계에서 많은 대우경제연구소 직원들이 활동하는 것도 당시 독하게 배웠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연구소에는 증권업계의 `절대 카리스마` 심근섭 전무도 계셨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끼리끼리 토론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으면 "심 전무께서 그렇게 말씀 하셨어"하면 그것이 결론이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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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 전무께서 필자를 집중 지도하기도 했다. 기초부족을 지적한 것인데, 당시 필자는 매주 2 ~ 3차례씩 의문 사안을 모아서 심 전무를 찾았다. 지금도 1년에 한 두 차례 그 분을 뵙고 경제와 증권의 기초부문을 지도받는데, 필자는 분석에서 기초원론을 가장 중시한다. 그래서 지금도 늘 부하직원들에게 상식선의 판단을 강조한다.
필자를 담당하던 부서장으론 강희 부장이 계셨다. 필자에게 현재 상황에 몰두하지 않고 향후 발생 가능한 온갖 상황을 추론하도록 교육시켰다. 장기관점에서 큰 구도를 잡는데, 도움을 주신 것이다.
실로 필자의 상관들은 학식이 매우 높았고, 그 지식을 부하 직원에게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또 그 분들이 즐긴 토론은 직원들의 자생적 판단력을 높이고, 상하 간 소통을 원활하게 했다. 즉 `청춘이니까 아프다`식의 미사여구 대신 직원들을 강인하게 키우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던 것이다. 또 그렇게 일해야 직원들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체득하게 했던 스승이었다.
이러니 보다 직원들은 상사를 존경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 때 존경의 형성과정을 깨우쳤다. 아쉬운 것은 그 분들이 그렇게 필자를 가르쳤지만, 정작 상사가 된 이후에 필자는 배운 것을 미처 실천 못했다는 점이다. 핑계야 많지만 결국 내 탓인데, 지난 `스승의 날`을 떠올리며 재삼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