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직을 물러나 가장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즉시 에어포스원 즉, 대통령전용기를 쓸 수 없는 점이라고 했다. 연이어 그럼 가장 덜 아쉬운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결정해야 할 수 많은 안건들’이라고 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미국의 대통령도 결정은 어려운 일이었나 보다.
필자가 만나 본 수많은 기업의 리더들도 골치 아파하는 것이 바로 결정의 문제이다. 사실 조직의 높은 자리에 오르면 오를수록 업무는 간단하다. 그것은 결정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상황은 이해하기도 난해하고 가용한 정보가 어느 정도는 있지만 판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많다.
그 수많은 안건에서 매번 탁월한 선택을 쉽게 하는 마법과 같은 방법은 어디 있을 까만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 방법은 있다. 그것은 회사의 업 개념을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업에게 모든 결정의 기준을 제공한다.
1980년대 캘리포니아대학 앞의 조그만 복사가게가 좋은 사례이다. 곱슬머리의 주인은 복사하러 오는 많은 학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발견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 이 사람들은 집이나 사무실을 나와 외부에서 간단한 사무를 볼 수 있은 도움이 필요하겠구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곳은 당신의 보조사무실’이라는 개념이었다. 단순히 복사나 해주는 문방구에서 새로운 업의 개념을 찾은 것이다.
그 때부터 이 복사가게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것은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여기 와서도 할 수 있게 서비스하는 것이었다. 복사뿐 아니라 서류를 제본할 수 있고 서류를 보낼 수 있고 컴퓨터를 사용하여 인터넷조회는 물론,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의 결정이 물 흐르듯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이 문방구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수천 개의 지점망을 둔 세계적인 기업인 킨코스가 되었다.
업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지만 비근한 예로 골드만삭스가 있다. 골드만삭스가 알려지게 된 것은 윤리 경영 때문이었다.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이후 미국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합집산하기 시작했다. 이 때 활성화된 것이 바로 M&A(기업인수합병)였다. 특히, 적대적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골드만삭스는 고민에 빠진다. 많은 영업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적대적 M&A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객의 니즈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의 모토가 ‘청렴한 투자은행’인 관계로 당시 화이트헤드 회장은 기업의 뒤에서 몰래 하는 작업 그래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적대적 M&A서비스를 골드만삭스는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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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다른 투자은행들은 다 하는 업무를 우리는 못하는 게 말이 되냐며 엄청난 불만을 터뜨렸다. 고객 역시, 다른 투자은행과 거래를 터야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다음 날 모든 상황은 확 변했다.
행여 있을 지 모를 적대적 M&A 방어문제로 걱정을 하던 수많은 기업들이 골드만삭스에 문의해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른 투자은행에 문의하면 자신의 경영상황이 노출되어 역이용될 까 두렵지만 적대적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는 골드만삭스에는 그럴 일은 없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기업고객을 확보한 골드만삭스는 업의 본질로부터 지금의 골드만의 위상을 갖추는 데 일조를 하게 된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역시, 기업의 결정을 위해서는 업의 개념을 제대로 정하는 것이다. 결국 그런 본질을 정하지 않은 조직의 의사결정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