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국립중앙극장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우리 정부의 문화동반자 사업에 따라 아프리카(케냐)와 아시아(몽골, 베트남 등)의 8개국에서 온 19명의 음악가가 함께 공연을 했는데, 각자 먼저 자국의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에는 모두 함께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의 전통음악을 연주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많은 분들이 국경을 초월한 하모니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게 바로 문화의 힘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가슴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런던에서 열리는 제30회 하계올림픽 개막을 보름 정도 앞두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948년에 열린 제14회 런던올림픽은 대한민국정부 수립 직전으로, 태극기를 들고 참가한 최초의 올림픽이었다. 그로부터 64년이 흘러, 우리는 다시 런던으로 간다.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그동안 우리는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국민적 자긍심을 느낄 정도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경기력과 함께 정부가 이번 올림픽에서 특별히 야심적으로 준비한 게 있다.
`오색찬란`, 영문으로는 `All Eyes on Korea`라는 이름으로 이달 초부터 런던 현지에서 100일에 걸쳐 우리 문화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축제가 그것이다. 과거 우리 문화를 다른 나라에 소개할 때 단편적이고 단기간에 그쳐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 아래 우리의 전통으로부터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 문학·미술·음악·영화·패션 그리고 한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 전반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런던에서 열리는 이번 한국문화축제는 `한국인들의 잔치`가 아니라 `세계인의 잔치`가 될 것이다. 그간 정부는 주영(駐英)한국문화원을 통해 수년 간 현지 문화예술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번 축제도 작년부터 그들과 논의하면서 홍보 및 행사진행 전반에 걸쳐 영국인들과 영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잔치로서 준비하였다.
주요 공연과 전시가 유럽 최대의 문화예술 지구인 사우스뱅크센터(Southbank Centre)에서 열리는데, 그들이 자신들의 기획 프로그램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의 문화예술인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 예산을 절감하여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홍보 효과도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의 장식미술 및 디자인 전문 박물관인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V&A)에서는 우리 전통의 단청과 조각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션쇼가 열린다. 패션에서의 법고창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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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를 준비하는 가운데, 상대방 실무 책임자의 여동생이 K-팝 팬인데 협의 당시에도 한국을 좋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 그 여동생을 통해 ’떡볶이와 비빔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 등이 나왔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우호적으로 진행되면서, 당초 합의가 어려워 보였던 문제들까지도 기분 좋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우리 문화가 런던사람들 사이에서도 생활의 일부로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적 자긍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반발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책은 세워야겠지만 우리 문화의 힘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대중문화의 한류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 아래 흐르는 면면(綿綿)하고 도도(滔滔)한 한국문화의 저류가 제 모습의 일부를 드러냈을 뿐이다.
이번에 열리는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문화의 진면목을, 문화선진국을 자부하는 영국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선보이게 된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