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중국 읽는 촉(觸)과 침(針)

[MT시평] 중국 읽는 촉(觸)과 침(針)

전병서 기자
2014.08.26 07:22
경희대 객원교수
경희대 객원교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화 추세는 사라지고 다시 지역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특히 아시아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화의 바람이 사라지고 제조·유통·소비·오락·관광 모든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중국으로 빨려들어가는 소위 '중국화' 바람이 거세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와 IT(정보기술) 소비대국으로 부상하고 지난해엔 3만7000대의 로봇을 구매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로봇 구매대국이 되었다. 2012년 4분기 이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구조를 보면 3차산업·서비스업 생산이 제조업을 넘어섰다. 중국은 지금 제조대국이 아니라 서비스대국이다. 2013년 중국은 9800만명이 해외여행을 즐겼고 29%의 점유율로 전세계 럭셔리시장에 최대 큰 손으로 등장했다. 코치, 프라다, 쌤소나이트 같은 명품브랜드들이 줄지어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세계 명품시장의 큰 손이 된 중국부자를 겨냥한 것이다.

요즘 중국에서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국에서 소비재로 잘 나간다던 패션·음식료·화장품 관련 중견기업들도 고전 중이다. 대기업들은 시진핑의 대대적인 산업구조 조정의 유탄을 맞았다고 하고 소비재기업들은 부정부패 단속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고 소비시장은 세계시장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중국에 전세계 내로라하는 기업이 모두 진출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인의 마음을 읽는 촉(觸)'이 있었다. 중국을 읽고, 중국에서 돈 버는 촉을 알고 있었다. 중국의 심장부인 중원(中原)은 한반도와 같은 위도에 있어 중국은 한국과 의식주가 비슷하고 한국은 중국과 2000년간 공자학원 동문이었기 때문에 생각의 틀도 비슷하다. 그리고 2000여년 동안 250여 차례 전쟁을 하면서 싸우다 정들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중국을 읽는 촉'이 생긴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는 중국에서 유행이 잘 안 되는데 유독 한류(韓流)가 중국에서 잘 먹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 중국 소비시장은 전세계 기업의 올림픽경기장이다. 금·은·동메달 실력이 아니면 바로 경기장 밖으로 실려나가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또한 1억명에 가까운 해외여행객이 전세계를 관광하면서 눈높이를 업그레이드했고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소비자의 수준을 높였다.

그런데 '촉'으로만 승부하던 한국, 이젠 깊이 있는 중국문화 이해와 중국에 올인하는 과감한 진출전략이 없으면 중국 소비특수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에는 지금 브랜드에 눈뜬 중국소비자를 유혹할 만한 세계적인 브랜드가 없다.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같은 드라마가 히트했다고 아직도 한류가 대세라는 착각은 이젠 버려야 한다. 오히려 한국에는 역한류(逆韓流), 중화바람이 대세라고 해야 한다.

 한국 길거리에서 중국어 쓰면 현장에서 일하는 중국근로자 취급받지만 롯데백화점 11층 면세점에서는 VIP 대접을 받는다. 지금 명동·압구정·제주도는 중국공화국이다. 한국은 지금 '갑'인 중국을 '을'로 잘못 보는 것이다. 이젠 글로벌화만 알고 아시아의 중국화를 모르면 돈 못 번다.

한국 대표기업 삼성 LG 현대 포스코가 어디로 나가는지 보라. 그리고 상반기에만 3조원 넘게 주식을 산, 여의도 금융가로 넘어오는 위안화를 보고도 한류가 대세라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3조원의 주식투자로 10% 수익이면 3000억원이고, 20%면 6000억원 수익인데 상반기에 대중국 한류수출로 얼마를 벌었을까? 중국에서 히트했다는 엑소, 별그대, 아모레 모두 합쳐도 그 규모가 중국의 대한국 투자수익에 비해 너무 적다.

한국은 중국을 읽는 촉이 있지만 지금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찌르는 침(針)은 없다. 지금 중국인의 마음에는 한류가 아니라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동대문시장 가격 수준의 한국제품을 원하지만 우리는 중국인의 마음을 콕 찌를 만한 소비재 브랜드가 없다. 중국의 소비 대폭발 시대가 도래하지만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가 없어 머잖아 한국의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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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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