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행동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주어진 방식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용기에 기반한 의지적 행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에게 개인적 손해를 야기하거나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조건과 성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외부에서 주어진 대로 살기보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삶을 영위하려는 자율성의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개인적 존재나 사회적 평판 등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가령 우리는 원초적으로 죽음이나 신체적 위협에 두려움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판단이나 행위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거부와 비난에 직면할까봐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우리는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의 안락함 대신 고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용기는 이와 같은 두려움과 고통을 감내하는데 필수요소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상황이 자신에게 쉽고 유리할 때보다 어렵고 불리할 때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더 가치 있고 소중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 위협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실을 밝히며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또 누군가는 권력에 대한 목표를 국민의 뜻에 따라 기꺼이 접을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에게 소중한 목표를 끈기 있게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그러한 목표와 기꺼이 결별할 수 있는 행위도 내적인 힘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와 반대로 위험하고 두려운 상황에 짓눌려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있어 보인다. 여러 사실 앞에서도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거나 힘에 눌려 부당한 요구에 순순히 따르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이득과 손실을 동시에 초래한다. 현실적 상황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순응하는 행위는 당장의 위기나 어려움을 모면하게 해준다. 이러한 단기적 보상이 가지는 힘은 매우 강력해서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선택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낀다. 대부분 사람이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용기 없는 행동이 가져오는 손실도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그 행동과 관련해서 자기 자신을 높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을 비겁하고 비굴한 사람으로 인식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할 수도 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거나 이 행동과는 다른 측면에서 자신은 훌륭하다고 합리화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없는 행동이 자존감에 일정부분 상처를 주는 것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용기 없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한다. 보통 용기는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가 도덕적이고 고귀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용기는 사회적 비난이나 반감에 굴하지 않고 보편적 가치와 합리적 판단을 고집할 수 있는 힘을 반영한다. 불공정한 정책, 사회적 부정, 상관의 비리에 저항하는 힘은 용기의 도덕적 특성을 잘 반영하는 사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굴함이 용기에 우선하고 거짓과 속임이 진실과 참을 압도할 때, 그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인간성을 온전히 보전하면서 살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 사회는 비굴하거나 염치없는 행동보다 본인에게는 아프지만 용기 있는 행위에 더 많은 응원과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의 역사는 그러한 행위를 더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더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지금 당장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저버리는 사람들은 사회와 역사라는 좀 더 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의 행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