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부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부적격 청문 보고서 채택 등은 최근 국회가 청와대를 견제해 일어난 일이다. 뭐가 되는 게 없다고 불만이 가득할 듯하다. 여소야대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다. 아마 여당이나 청와대로서는 이런 상황을 짐작은 했겠지만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 줄 알았을까.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 6월 80%를 넘었는데 지금은 66%쯤으로 떨어졌다.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지 않을까. 내년 지방선거까지 어떻게 될까.
나는 과거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에서 2년을 지내면서 국회, 언론, 전문가 등으로 권력이 넘어갔다는 것을 느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내 50대 인생을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 계속 공무원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공정거래 관련 전문가로 살 것인가? 정말 진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결국 공무원 생활 20년 만에 명예퇴직을 하고 공정거래연구소를 창업해 지금에 이르렀다. 요즘 부처의 공무원 동기들을 만나보면 국회의 권한을 실감한다고 한다. 전에는 법률 제·개정만 국회에서 간섭했지만 요즘은 부처의 고유권한인 시행규칙까지 국회에서 간섭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국회 만능 시대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정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도 들린다. 국민들도 무슨 일이 있으면 청와대로 몰려가겠다고 한다. 국민들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이 맞는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대통령으로서 최고의 권한은 역시 인사권이다. 그런데 인사권이 마음대로 되는가? 청와대 수석 임명도 마음대로 안 되었다. 개혁을 위한 법률의 제·개정이 마음대로 되는가? 이 또한 안 된다. 국회에 가면 다 막힌다. 국민을 위한, 국가경제를 위한 입법이라고 읍소해도 안 된다. 대통령이 나서 국회의원을 일일이 방문하면 될까? 그래도 안 될 것이다. 거대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데서 정체성을 찾기에 그러는 듯하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도 그랬으니 말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법안의 제·개정으로 이번 정부의 혁신과제를 관철해야 하는데 제대로 될까? 나는 안 될 것이라고 본다. 법안이 막히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동안 야당으로 있을 때야 책임감 없이 반대만 해도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이제는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을 위한 정책과 입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 구조가 거대야당에 묶여있으니 뭐가 되겠는가? 참으로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그간 환경, 탈핵, 평화 등의 고상한 가치를 내세우며 정치만 하던 분들이 이제 정치권력을 장악했다. 철학과 가치, 목표설정, 전략수립, 입법, 정책수립, 집행, 평가라는 일련의 국정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한다. 철학과 가치가 전략수립, 입법, 정책수립에 일관되게 반영돼야 한다. 이것은 그런 시스템 작동을 시켜 본 이들이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는 정책이 마구 쏟아져나와 뒷수습이 잘 안 된다고 난리다. 더구나 국회라는 정치주체의 영향력이 대통령보다 커진 시대에 대통령과 수석의 마음대로 될까?

이번 정부의 책임자들은 대통령과 정부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곧 국회에 권한이 있음을 절실히 느낄 때 답을 찾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니 협상에 여지가 있다. 최소한 국민의당이라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내 편으로 잘 만드는 계책으로 이번 국회가 잘 작동하면 좋겠다. 그래야 이번 정부의 성공적 안착이 이뤄질 것이다. 100점이나 80점이 아니라 60점이라도 얻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