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G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소위 '강한 인공지능' '범용 인공지능' 정도로 해석된다. 즉 인간처럼 여러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고하고 학습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수년 전만 하더라도 AGI가 진지하게 논의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픈AI와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AGI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다. AGI의 구현 시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수년 내로 AGI의 도래를 전망하는 경우도 있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AGI가 2030년 즈음 도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인류가 특이점으로 도약하는 것이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우리는 이미 인지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보유하게 됐고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자기강화루프'(Self Reinforcement Loop)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오픈AI 출신 연구자들이 최근 발간한 'AI 2027' 보고서는 2027년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슈퍼휴먼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AGI가 언제 구현될지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제 인류가 AGI 이후 시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만 하는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AGI가 도래하면 인공지능의 대표적 활용분야인 의료도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의학 및 생명과학, 의료 관련 산업, 더 나아가서는 의료 전달체계나 의료보험 등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걸쳐 일어날 것이다.
먼저 의료인의 역할과 관련한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AGI가 구현되더라도 의사의 모든 업무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가 진료와 진단, 치료, 관리, 수술 등에 활용하는 인지적, 물리적 역량이 크게 증강되고 업무생산성과 효율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진료방식, 치료의사결정,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방식, 의료인 간의 역할분담과 워크플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의료는 인공지능을 기본전제로 변화한다. 이에 맞게 의대 교육과정 및 수련과정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의료기기 규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AGI 이후에는 현재의 규제방식을 벗어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현행 의료기기는 사용목적이 특정돼야 하며 그 성능도 의사 등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AGI 이후 인간의사의 역량을 넘어서는 의료기기나 혹은 인간처럼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려 사용목적을 특정할 수 없고 위험도 평가하기 어려운 의료기기가 개발된다면 현재의 규제방식은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의료보험도 마찬가지다. 현재 의료보험은 대부분 인간의사의 행위별 수가를 기준으로 하며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도 이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매겨진다. 하지만 AGI 이후 특정 범위에서 인간의사를 능가하는 행위가 구현된다면 이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가. 또한 현재의 보험은 질병이 발생한 이후 행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AGI로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발생하지 않은' 질병엔 어떻게 가치를 매기고 보험을 적용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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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AGI의 등장은 의료연구 패러다임의 변화, 법적 책임과 윤리적인 과제, 의료 접근성 및 불평등 그리고 비용에 대한 고민을 야기할 것이다. 이 글에서 이러한 주제를 모두 논의할 수는 없겠으나 AGI의 등장은 의료의 역사를 다시 쓰는 수준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만은 강조하고 싶다. 기술은 항상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발전했다. 이제는 의료에서도 진지하게 AGI 이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