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금융정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집을 사고 싶은 서민과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단순한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최근 과열된 주택시장 속에서 정부는 대출규제를 강화했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완화 조치가 단기적 요구를 충족시킬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불균형과 금융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영국 마가렛 대처 정부는 공공임대 거주자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주택구입권(RTB:Right to Buy)'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수십만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공임대 주택 재고의 급격한 감소로 주택 공급 기반이 약화되고 민간 임대시장으로 수요가 집중됐다. 갈수록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초기엔 '기회의 확장'으로 평가받던 제도가 결국 장기적 불안정성을 키운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또 2000년대 미국과 유럽은 자가소유율 제고라는 정책 방향을 내세워 지나치게 완화된 대출 기준과 불완전한 여신 심사로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했다. 당시 수많은 가계와 금융기관은 뼈아픈 위기를 경험했다.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이후 시장은 다시 회복됐지만 주요국들은 여전히 높은 임대료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이 남아있다.
위 사례들은 오늘날 실수요자 지원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기적인 정책지원의 확대가 아닌 장기적인 시장의 구조적 안정과 균형을 고려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전세대출제도에 남아 있는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최근의 여러 정책들은 올바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안정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았으나 본래의 임차지원 기능을 넘어 주택의 투기적 수요를 자극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과거 전세금은 임차인의 자기자본이었고 이는 전세의 낮은 주거비 부담과 더불어 종잣돈 축적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전세대출은 대출의존도가 높아지며 부채가 누적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고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줄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세전환의 확대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세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줄여 전세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전세대출 구조를 개선하면 단기적으로 부담은 늘어날 수 있지만 전세로 인한 주택시장의 왜곡을 줄이고 결국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질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정책금융은 시장의 단기적 요구를 그대로 따라가는 수단이 아니라 시장의 방향을 먼저 읽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빈틈을 채워주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단기 수요 대응이나 금융규제 조절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서민과 실수요자가 주택금융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된 주거기반을 마련하려면 시장의 '방향'에 주목하는 정책금융이 필요하다. 이렇게 균형 잡힌 접근이야말로 미래 주택금융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