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분열서 핵융합으로…원자력 대전환 온다

핵분열서 핵융합으로…원자력 대전환 온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2026.02.14 09:30

[High-Tech Powers]<27> 원자력 에너지의 새로운 개막

모두가 원자력 에너지를 안다. 원자력 에너지의 분명한 장점들과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이후 원자력이 불러일으킨 두려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원자핵 분열에서 원자핵 융합으로의 전환이 전개되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원자력 발전이 겪게 될 혁명의 '코페르니쿠스적 규모'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혁명의 이면에 자리한 이야기는 얼핏 보기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여기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과 가장 차가운 곳, 별, 플라즈마, 냉전 시기의 영국-소련 협력, 베릴륨·리튬 같은 핵심 광물, 그리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강력한 자석들이 포함된다. 또한 이는 세계적 협력과 유럽 주도 혁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록 유럽이 혁신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을 자주 받지만 말이다.

흥미로운 대목이 너무 많으니 기본부터 시작해보자. 핵분열(fission)과 핵융합(fusion)은 무엇이며, 이 두 과정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기억에 오래 남을 방식으로 말이다. 우선 이 두 과정은 서로 정반대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모든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에 의존한다. 하나의 중성자가 원자에 충돌하면 원자가 쪼개지면서 에너지와 더 많은 중성자를 방출하고, 이 중성자들이 또 다른 원자를 쪼개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연쇄 반응의 본질적 메커니즘이다.

융합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작은 원자들을 결합해 더 큰 원자를 만들면서 핵에너지를 생성한다. 원자 융합에는 극도의 열과 압력이 필요하지만 이 융합 과정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따라서 융합은 핵분열보다 더 효율적인 원자력 생산 방식이며, 훨씬 적은 핵폐기물을 생성한다. 문제는 아직 아무도 이를 상업적 규모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체 과정이 훨씬 더 통제하기 어렵고, 융합이 일어날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영국, 이미 실험용 핵융합로 가동…프랑스선 대형 프로젝트

그럼에도 실험용 핵융합로는 이미 가동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영국 옥스퍼드 근처 컬럼(Culham) 마을에 위치해 있다. 공식적으로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인 셈이다. 이곳의 실험용 핵융합로는 정기적으로 섭씨 1억 도가 넘는 플라즈마를 생성하는데, 이는 태양 중심부보다 다섯 배 더 뜨겁다. 결국 핵융합 에너지란 우주의 별들에 연료를 공급하는 바로 그 과정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복제하는 것은 그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다. 태양보다 여러 배 더 효율적이라는 표현이 결코 틀리지 않다. 우리가 만든 또 하나의 별, 이것이 어쩌면 궁극의 에너지 해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별'을 만들고 통제하려면 막대한 공학적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영국의 핵융합 원자로가 실험 단계에 있는 반면, 프랑스 프로방스의 한적한 환경에서는 국제 열핵융합 실험 원자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라 불리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ITER는 최초의 대형 핵융합 반응로를 건설하고 가동하기 위한 것으로,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의 청사진이 될 것이다. 비용은 220억 달러로, 아마 지금까지 시도된 과학 실험 중 가장 비싼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지구에서 복제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태양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태양은 플라즈마라 불리는 초고온 가스로 이루어져 있다. 플라즈마에는 수소 원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중력에 의해 끌려가 압력과 열 속에서 헬륨으로 융합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열과 빛을 제공하는 에너지가 방출된다.

'지구서 구현' 중수소·삼중수소 필요…물·리튬서 분리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만약 석유 한 배럴 크기의 태양 조각을 가져온다면, 이 조각이 석유 한 배럴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태양의 에너지 생산은 비효율적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태양의 막대한 크기다. 이러한 비효율성은 태양이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를 융합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수소의 더 무거운 동위원소인 중수소(deuterium)와 삼중수소(tritium)를 사용한다. 이름도 어려운 이 두 원소는 어디서 오는가? 중수소는 물 등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삼중수소의 경우, 여기서 여러분이 놀랄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원소인 리튬이 그 생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중성자가 리튬에 충돌하면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그래서 핵융합 반응로는 노심 주변에 리튬 층을 두도록 설계된다. 간단히 말해, 리튬은 삼중수소 생산을 위한 최고의 원료다.

그렇다면 더 무거운 수소 동위원소의 융합이 일어날 만큼 충분히 높은 온도는 어떻게 만드는가? 먼저 가스를 이온화해 전기를 통하게 하고, 그 다음 엄청난 고전류를 흘려보내 가열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겨우' 태양 표면 정도(1000만 °C)의 온도에 도달할 뿐이다. 그래서 마치 엄청나게 강력한 전자레인지(가정용보다 약 1만 배는 강력한)를 이용해 마지막 단계를 완성한다.

'뜨거운 별' 가두기 위해 초저온 자석 필요

또 다른 문제는 병 속에 별을 만들었을 때, 이 별을 태양보다 더 뜨거운 상태로 어떻게 그 안에 가두어 두느냐는 것이다. 지구상의 어떤 물질이 그런 온도를 견딜 수 있을까? 물론 없다. 그래서 플라즈마를 반응로 벽에서 떨어뜨려 두기 위해 자기장을 생성하는 자석 시스템이 사용된다.

흥미롭게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벽에서 떨어뜨려 두는 자석은 스스로는 극저온이어야 한다(영하 269 °C, 절대영도보다 단지 4도 높은 온도). 이 자석들은 초전도체이기 때문에, 내부의 전선에 전기 저항이 없는 온도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자석 안에는 많은 에너지가 저장돼 있으며, 그것이 영구적으로 순환한다. ITER에 사용될 자석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크고 가장 정교한 초전도체다.

문제는 실험용 반응로에서 융합이 일어나도록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핵융합으로 만드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ITER에서는 반응로 규모로 인해 소비 에너지의 10배를 생산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성공한다면 ITER는 250킬로그램(kg)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거의 300만 톤의 석탄과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대규모 핵융합 프로젝트…韓 포함 35개국 참여

ITER에는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뛰어난 인재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가 함께하게 됐지만, 동시에 핵융합 기술 개발을 다국적 협력 속에서 추진하고 전 세계 공급망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핵융합은 본질적으로 국제적 노력의 산물이다.

이 과정은 영국 천체물리학자에 의해 발견되었고, 이후 이 분야는 부침을 겪었다. 예상치 못한 돌파구는 1968년 한 러시아 과학자가 '토카막(Tokamak)'이라는 반응로를 발명하면서 만들어졌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였으나 영국 과학자들이 이를 조사하도록 초청받았고, 이는 뜻밖의 협력으로 이어져 시간이 지나 ITER로 발전했다.

한국 첨단산업의 기여도 물론 존재한다. 그리고 놀랍지 않게도 반응로의 핵심 요소, 즉 심장부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담는 진공용기는 한국에서 제작된 대형 분할 구조물들(segments)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사용된 베릴륨과 텅스텐은 자기장과 더불어 수천 도에 달하는 플라즈마가 반응로 벽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보호 장치 역할을 한다.

핵융합 상업 도입은 2040년대 이후 예상…미·중 막대한 투자

ITER는 프랑스에 자리하고 있으며 핵융합 기술 발전에는 영국이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경쟁의 무대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 모두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상업적 핵융합 기술을 추구하는 여러 스타트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ITER는 2030년대 말 핵융합 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구 목적의 운전은 2030년대 중반 시작될 예정이다. 영국 원자력청은 2040~2050년대를 보다 광범위한 상업적 도입 시점으로 보고 있다. 핵융합은 약 20년 뒤의 기술로 보이지만 그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토대는 이미 오늘 마련되고 있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배터리 전쟁' 저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email protected]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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