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손님 발길·매매 뚝…악재 끊이지 않아" 중개업자 '한숨'

"되살아날까 하던 거래가 뚝 끊겼어요. 올 상반기에는 '입주폭탄' 때문에 힘들었는데 연말에는 연평도 포격이 마지막 직격탄을 날리네요. 여러모로 힘든 한 해였어요."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 A공인)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가 일어난 지 한달여 지난 21일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 파주시는 지정학적으로 최북단 접경지역이어서 대북관계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영향을 받는 곳이다. 전날까지 연평도 해상포사격 훈련이 이어지는 등 한달간 갈등상태가 지속되자 이 일대 중개업소들은 피곤한 반응이 역력했다.
교하신도시 B공인 배모 대표는 "예전보다 '대북리스크'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 하지만 수요자들의 잠재불안감은 무시 못할 것"이라며 "올들어 시장침체로 가뜩이나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매매도 거의 없었는데 막판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파주에서만 9244가구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진 데다 기반시설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3지구 사업 추진도 불투명해 이 일대 부동산시장 침체는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교하 월드2차' 145㎡의 경우 올초 3억7000만~3억8000만원선이었지만 현재 3억1000만원짜리 급매물도 잘 빠지지 않는 상황이다. 중대형일수록 낙폭은 더욱 컸다.
교하신도시 H공인 오모 대표도 "하반기 들어 인근 LG디스플레이 단지 직원들의 전세 수요가 늘면서 매매시장까지 온기가 퍼질까 하던 찰나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겨울 비수기라는 계절요인도 있지만 시장침체에는 연평도 도발 영향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대북리스크가 상존했지만 이번 도발사태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고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긴장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경기 파주뿐 아니라 김포·고양(일산) 등 경기 북부지역 일대 부동산 시장도 전반적으로 연평도 도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 일대는 올 한 해 파주뿐 아니라 고양 식사지구와 덕이지구에서 쏟아진 2만2000여가구 '입주 폭탄'으로 휘청거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5일 이후 1년간 파주 교하신도시 집값은 10.59% 떨어져 수도권에서 낙폭이 가장 컸고 일산(-7.79%) 고양(-6.54%) 김포 한강신도시(-6.31%) 등 북부권이 '올해 집값 하락 10위' 내에 대거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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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이들 지역에서 신규분양을 준비하던 건설사들도 공급시점을 조정하고 있다. 이미 동문건설은 준비해온 파주 문산읍 신규 아파트 공급을 내년초로 연기했다.
파주에서 내년에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일대 부동산시장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연평도 도발 후폭풍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장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탄력적으로 일정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포격 직후 불안감 고조에 따라 문의 감소와 시장 위축이 있었다"며 "지난 20일 해상훈련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어 거래 단절과 추가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파주 김포 고양 등 경기 북부권은 일시적 공급 증가와 미분양 리스크도 안은 곳들이어서 '지정학적 악재'가 더해져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