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과 '재산'의 경영자 '스티브 잡스'

[기고]'지식'과 '재산'의 경영자 '스티브 잡스'

김철호 KAIST 지식재산대학원 책임교수
2011.09.22 05:55
김철호 KAIST 지식재산대학원 책임교수
김철호 KAIST 지식재산대학원 책임교수

최근 애플이 세계 도처에서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소송도 큰 이슈이지만 많은 이들은 스티브 잡스의 갑작스런 사임과 그로 인한 영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한 회사의 수장이 받을 수 있는 관심과 애정으로는 너무 과분한 느낌도 있지만 때로는 고독해 보이고 때로는 괴짜처럼 보이는 이 사람이 지난 10여년간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생각하면 결코 잘못된 반응이 아니다.

그는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중심에 있는 본질적인 영혼"이라고 역설한 대로 투명하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아이맥(iMac) 컴퓨터, 아이튠스(iTunes)와 결합해 음악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아이팟(iPod), 그리고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를 통해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을 구현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사람의 리더십이 애플이라는 회사를 바꾸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티브 잡스가 사업적으로 활용한 디자인은 단순한 미술적 표현으로서의 디자인이 아니라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의 일종으로 법적인 보호를 받는 디자인권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단순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가 혹은 마케팅의 귀재가 아니라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민감하게 예측하고 지식재산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구어 낸 '지식재산최고경영자'(CIPO·Chief Intellectual Property Officer)였다.

이제 그가 사임했으니 향후 애플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필자는 그런 관심보다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시대에는 누가 창조성과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식재산 최고경영자가 될 것인지에 있다.

오늘날 기업활동의 중심은 단순히 유형자산(Tangible Asset)의 획득과 활용에 있지 않고 지식재산을 중심으로 한 무형자산(Intangible Asset)의 획득과 활용에 있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그 파괴력이 한층 더해졌다. 막대한 양의 지식이 인터넷을 통해 국경의 제한 없이 공유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아날로그 시대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1922년 처음 등장한 라디오의 사용자 숫자가 전 세계적으로 5000만에 이르는 데 38년이 걸렸지만 1993년 등장한 인터넷 사용자는 불과 5년만에 5000만을 돌파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함이 없이는 오늘날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장에서 성공하기는커녕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아무나 넘볼 수 없는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공헌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식재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시대에 우리 기업들 중에도 세계를 바꾸어버릴 수 있는 창조성과 예지력, 치밀한 전략으로 무장한 CIPO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KAIST 지식재산대학원에는 현직 변리사, 변호사, 검사, 판사, 대기업 특허팀 간부, 교수 등 각계각층의 경력자들이 모여서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수호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할 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실무전문가(Global Practitioner)로 성장할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CIPO도 나오고 이들이 일하는 기업들이 오늘날의 애플과 같이 막강한 지식재산 경쟁력으로 무장하고 세계시장을 석권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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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구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허재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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