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화하는 서울광장, 시간이 필요하다

[기고]진화하는 서울광장, 시간이 필요하다

김상철 문화연대 정책위원
2012.04.24 18:10

반값등록금, 금융세계화,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서울광장 점령(occupy)'이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 일부 언론이 '음주'나 '흡연'을 이유로 서울광장을 이용하는 이들을 훈계했고, 서울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그간 서울광장을 비롯해 청계천광장 및 광화문광장의 '광장다움'을 위해 노력해온 입장에서 보자면 이와 같은 비판들은 초점을 잘 못 맞춘 것을 넘어서서 광장의 성격을 아예 잘못 이해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본다.

우선 가장 많이 논란이 되었던 음주와 흡연문제를 보자. 다수의 이용자가 오가는 광장에서 흡연과 음주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공공장소 어디서도 부적절한 행위다. 그래서 이것을 서울광장 사용의 정당성과 대비해서는 곤란하다. 일부 참가자의 일탈은 어느 대중집회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광장을 점령한 주장보다 음주나 흡연과 같은 이들의 태도를 문제 삼는 언론의 모습은 오히려 보도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그런데 이런 보도 태도보다 심각한 것은 핵안보정상회의 때 벌어진 '국격' 논란이다. 일부 언론은 해외의 정상이 볼 수도 있는 서울광장에 설치된 텐트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텐트를 치워야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올바른 예의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국격을 운운한 언론은 정작 일시적인 국제 행사를 위해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적인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어도 되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국민들은 잠시 왔다가 갈 뿐인 외국 손님을 위해 자신의 권리까지 포기해야 한다.

서울광장을 둘러싼 논란은 2003년 서울광장이 개장했을 때부터 매년 반복됐다. 특히 2010년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에 따라 기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기 전까지 '불통광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죽하면 서울광장을 '시청 앞마당'이라고까지 말했겠는가. 원래 광장은 다양한 주장이 떠들썩하게 모여들고, 논쟁이 벌어지고 때로는 대중이 불편할지도 모르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는 열린 공간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들이 참가자 간의 자유로운 합의와 토론을 바탕으로 공동의 규칙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것은, 뛰어난 개인이나 행정기관이 아니라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광장의 점령자들은 이미 신고를 마친 것은 물론이고 점용에 따른 비용까지 부담하는 적법한 사용자다. 그 과정에서 다른 행사가 진행되거나, 혹은 필요해지면 상호간 조정을 통해 조율해왔다. 필요하다면 서울시와 꾸준히 협의해왔다. 이런 과정은 애당초 서울광장이 열린 2003년에 겪었어야 하는 일이다. 1000만명이 사는 서울시에 서울광장과 같은 거대한 공간이 시민들에게 주어진 적이 처음이었으니 어떻게 이 광장을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논의를 지난해 서울시장이 바뀌고서야 겨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의 서울광장에 대한 비판은 변화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청맹과니들과 자유로운 시민들의 집회가 두려운 자들의 시각을 반영하는지 모른다. 기왕에 서울시에서 광장 운영과 관련된 민관 거버넌스도 만들고 논의를 진행한다고 하니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잘못된 비판과 비난이 두려워 시민의 힘으로 성사시킨 현재의 '서울광장 조례'를 바꾸거나 혹은 절충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서울광장 점령자들과 대화를 통해 사용의 룰을 함께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조례로 보장된 시민의 서울광장이 구체적인 일상 속 시민의 삶으로 들어왔으면 한다. 언제나 열려있는 광장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언제나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고 보장되는 방향의 진보를 겪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늘 직선이 아니었다. 서울광장이 서울 '시민' 광장으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것은 사사로운 트집이나 비난보다 열린 광장과 시민 권리에 대한 폭넓은 이해, 그리고 이를 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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