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명문대도 '동문 사장님'에 줄대기"

극심한 취업난…"명문대도 '동문 사장님'에 줄대기"

이정혁 기자, 서진욱
2013.10.21 06:02

[대한민국 취업전쟁](3-1)대학가 취업률 끌어올리기 안간힘

서강대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김 모 교수는 최근 대기업 하반기 공채가 일제히 시작되면서 덩달아 이마의 주름도 늘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만 지원하는 바람에 그 만큼 고배를 마시는 제자들이 늘어날까 해서다.

김 교수는 "이제 대기업들이 명문대 출신이라고 모셔가는 시대는 확실히 지난 것 같다"면서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탓에 교수들도 졸업생 세일즈에 나서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도 매년 벌어지는 취업전쟁에서 예외가 아닌 만큼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단순하게 기업 채용설명회를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 동문 CEO를 통해 '정규직 취업'을 알선할 정도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취업 졸업생? 동문 CEO 인맥 활용해 '정규직 취업' 유도= 서강대는 최근 미취업 졸업생 6명을 대기업과 외국계기업, 중견기업 등에 골고루 취업시켰다. 요즘 같은 '취업대란' 속에 서강대가 미취업 졸업생들을 취업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동문 CEO 인턴십' 덕분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서강대가 모교 출신 CEO가 있는 기업과 협약을 맺고 해당 기업에 학생들을 인턴으로 파견하는 방식이다.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실무 능력을 쌓을 수 있어 다른 기업에 진출하기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점이나 토익 등 스펙이 다소 부족한 대신 업무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동문이 있는 기업에 인턴으로 보낸다"며 "올해만 해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10명 중 6명이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강대는 취업시장에서 여대생 취업률이 저조한 점을 감안해 '여학생 맞춤형 취업 강의(여성과 취업)'도 만들었다. 이 강의를 마치면 3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다 여성사회학 교수가 직접 강의를 맡아 여대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 강의로 자리 잡았다.

이런 취업 노하우가 쌓이면서 서강대의 지난해 취업률은 68.7%로 전국 4년제 대학 취업률 1위를 기록한 성균관대(69.3%)를 바짝 뒤쫓고 있다.

아주대는 학교 취업지원관 3명이 학생 1명의 경력을 집중 관리해주는 '커리어 로드맵'을 지난 2009년 선보였다. 취업지원관이 학생과 상담한 내용은 지도교수의 진로상담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연계돼 학업과 취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꾸렸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7300여명의 학생이 거쳐갈 정도로 아주대의 대표적인 취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서강대와 아주대의 사례에서 보듯 대학들이 '학교 명성'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취업률이 낮아도 대학의 책임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책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에 대학들이 저마다 학생들 취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대는 맞춤형 취업교육…단순 일자리 알선은 '옛말'= 전문대학들의 취업지원 전략은 단순히 졸업생과 기업체를 연결시켜 주던 방식에서 산학협력 등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전문대학 취업률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한 전주비전대(80.1%)는 456개 기업체와 산학협약을 체결해 인적 및 물적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두산인프라코어, 세아베스틸 등 대기업 현장실습뿐 아니라 취업 약정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기업반·중소기업반·해외취업반 등을 구성해 정규 강의를 마친 뒤에도(오후 6~10시) 학생들이 맞춤형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이 취업한 뒤에도 해당 기업에 찾아가 인사담당자와 학생들을 만나 기업체의 원만한 적응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예의범절 교육을 더 했으면 좋겠다"는 인사담당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관련 교재를 개발해 예의범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전주비전대의 취업률 순위는 3년 전 108위에서 올해 7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취업지원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대학들의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의 특강과 방문 요청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취업지원 노하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50여개 대학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인천지역 취업률 1위(66.4%)를 차지한 부천대는 학생들의 취업능력을 파악해 수준별 지원 및 관리하는 'BUCA-JUMP(취업 및 직무능력 강화 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다.

'BUCA-JUMP'는 학생들의 취업능력을 6개월간 지속적으로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지도교수들은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능력을 4개 그룹으로 구분한다. 곧장 취업이 가능한 수준인 A그룹은 기업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질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교육이 필요한 B그룹은 서류작성과 면접 등 취업에 필요한 역량교육을 실시한다. 이 교육을 거쳐야만 일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다.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C그룹은 개별적 컨설팅을 통해 진로를 제시해 주며, D그룹은 창업 등 취업 외 다른 길을 모색해 알려준다.

양한주 동양미래대학 교수(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는 "그 동안 전문대들이 단순하게 취업시키는 데만 목표를 뒀다면 최근 들어 이직 없는 취업, 한 분야 전문직업인을 기르기 위해 맞춤형 취업 교육을 실시하는 추세"라며 "이를 위해 취업 교육에 앞서 학생 개인의 능력부터 적성까지 파악하는 곳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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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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