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자율성 존중하는 것은 미국·유럽大 방식

연세대학교가 미국·유럽 식으로 인사권을 학과 단위로 전격 이양하고 학과 스스로가 소속 교수의 평가 기준을 만든 것은 국내 4년제 종합대학 사례 중엔 최초다. 현행 교수업적평가는 양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고 교수들을 규제하는 측면에 치우쳐있어 자율적인 연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교수업적평가나 인사 기준은 연구의 질보다는 논문 수로 계산되는 정량평가 지표가 대부분이다.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2012년 교육부(옛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국내외 대학의 교수업적평가 사례분석 연구' 논문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서의 교수 연구업적평가는 SCI급 혹은 등재(후보)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을 게재하였는가를 일률적으로 점수화하는 정량화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국내 사립 A대학교는 계열별로 학술지에 논문 게재 횟수를 중요한 승진기준으로 삼고있다. A대 경영계열의 경우 조교수 승진 때는 핵심 국제최상위논문 1편을 포함한 2편, 부교수와 교수 승진 때는 국제최상위 논문 2편을 포함한 4편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직급별로 숫자만 다를뿐 논문게재 수가 중요한 승진기준이 됨을 알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의 유수대학은 논문의 질적평가가 동료교수들에 의해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
예를들어 미국 예일대 문리대학(Arts and Science)은 교수 임용과 승진에 있어서 해당 분야의 세계최상위 리더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소유하였는지, 그리고 학자로서 업적과 유망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교수 인사는 학과 차원에서 결정된다. 예일대 교수 임용은 정년보장교수직 임용·승진 위원회(Tenure Appointment and Promotions Committee)에 의해 검토된다. 학부 학과장 혹은 대학원 학과장과 교무처장의 주도아래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임용, 승진과정을 진행한다.
미국 스탠포드대의 교수 평가기준 역시 질적평가를 우선시하고 있다. 스탠포드대의 정년보장 교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준거는 '각 개인이 속한 학문분야에서 달성한 성과'다. 분야별 중요 평가요인 역시 학문적 활동과 생산성, 영향력, 인지도, 윤리성 등이다. 교수의 재임용과 승진은 학과에서 결정한다. 학과장은 임용후보자의 자격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학과평가위원회을 구성한다. 학과평가위원회는 임용, 재임용, 승진을 위한 최종적인 추천자인 학과장을 위해 자문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사례가 국내에 적용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길수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기존 인사제도는 일방적, 일괄적인 데다 논문을 갯수로만 판단하는 정량평가 위주라 교수들의 연구 자율성을 침해하는 경향이 있었던만큼 새롭게 만들어질 평가기준에 대한 교수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는 "학교가 학과 교수들에게 인사권을 준다는 것은 둘 사이의 신뢰관계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정책의 정착 여부는 학과의 자정능력과 책무성에 달려있는만큼 앞으로 추이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