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에 대단지아파트 들어서며 주거따라 '쏠림' 심화
보육·교육 대란 가능성… "도시계획 때 수요 고려해야"
# 서울 서이초등학교(서초구)와 역삼초(강남구)는 강남대로를 사이에 둔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다. 걸어서 불과 10분 내 학교인데 지난해 학생 수는 각각 1293명과 311명으로 4배 차이가 났다. 서이초는 10년 전보다 학생 수가 4.5% 늘었지만 역삼초가 24.9% 줄어든 영향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곳곳에서 나타난다. 서대문구의 대신초는 같은 기간에 학생 수가 3분의1이 줄어 170명에 불과하지만 355m 떨어진 북성초는 반대로 학생 수가 3배 늘어 973명에 달한다.
대도시의 같은 생활권에서도 학교규모의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도시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대규모 신축단지가 세워지면서 국지적으로 학령인구가 몰리면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초등학교 배정에 불균형이 생기는 것이다. 도시재개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같은 엇박자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보육·교육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6일 발표한 '대도시 학교규모의 국지적 양극화 실태와 정책적 대응방안' 보고서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7대 대도시를 분석한 결과 모두 도시 내 국지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인접학교간 거리가 500m 안팎인 지역에서 학생 수가 중간수준 없이 상하 극단으로만 집중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한 대도시는 서울이었다. 인접학교와 학생 수에서 격차가 벌어진 '양극화주의군'은 서울 585개 초등학교 중 36곳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여기에 인접학교의 학생수 증감률이 상반된 방향을 보이는 '심화군'은 4곳이다. △대신초-북성초(서대문구) △선유초-경인초·당서초(영등포·양천구) △역삼초-서이초·언주초(강남·서초구) △양전초·영희초-일원초(강남구)다.

구도심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공존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양전초와 영희초는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한 반면 두 학교 사이에 위치한 일원초는 학생 수가 60% 이상 증가했다. 일원초는 최근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가 집중된 지역이다.
지방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인천과 대구에서 초등학교 '양극화주의군'은 각각 11곳 △부산은 10곳 △대전은 9곳 △광주와 울산은 각각 7곳이었다. 이러한 양극화는 주거단지 재정비 계획과 실제 입주시점 차이에 따라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엔 5000가구가 입주한 신축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영유아 보육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부족해 대기자가 속출했다. 지금 당장은 보육대란이지만 추후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에서 '입학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학생 수가 줄어든 소규모 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지 못하거나 교사의 업무량 과중, 1인당 교육비가 높아지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초기단계부터 교육수요와 적정규모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들은 △광역단위 도시계획과 시도교육청의 학생배치 계획연계 △기초의회(지방의회)의 학교 및 학생배치에 대한 협의권 신설 등을 제안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시개발에 앞서 지자체뿐 아니라 시도교육청이 함께 각종 계획에 참여해 교육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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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연구자인 이강주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대도시의 학교규모 국지적 양극화는 교육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며 "도시계획과 교육정책을 연계하고 사회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