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A씨는 화장실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시끄럽게 하자 '조용히 해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학생은 "죽여버린다"며 벽돌을 들고 협박했다. 졸업 후에도 찾아와 신체적 접촉 시도 및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교사 B씨는 지난해 고등학교 남학생에게 치마 안을 촬영당했다. 학생은 교권침해 처분을 받았지만 학생부에는 기재되지 않아 소위 명문대에 진학했다.
충남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흉기로 찌른 가운데, 교원 10명 중 9명은 최근 1년간 교육활동 침해를 직접 겪거나 동료의 피해를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중대한 교권침해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교총, 17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교총 교사권익위원회,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는 15일 국회 앞에서 '교권 보호 제도 개선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14일 전국 교원 35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교육활동 침해를 직접 경험한 교원은 38.9%, 동료의 피해를 목격한 교원은 47.1%로 집계됐다. 이를 합하면 응답자의 86%가 교권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셈이다.
유형별로 보면 교실이탈, 지시불이행, 휴대전화 사용 등 수업 방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93%로 가장 높았다. 욕설 등 언어폭력 경험은 87.5%, 손가락 욕 등 비언어적 폭력은 83.8%였다. 노려보기, 침 뱉기, 소리 지르기 등 위협적 행동이나 품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80.6%에 달했다.
실제 폭행이나 상해를 겪었다는 교원은 26.9%에 달했다. 스토킹 등 사생활 침해를 경험한 적 있다는 응답은 43.5%, 성희롱 등 성 관련 피해 경험은 47.5%였다. 상해와 성희롱 등은 반복적으로 겪는 사례도 많았다.
교육활동 침해를 겪은 뒤 지역교권보호위원회 등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실질적인 해결이나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26.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동학대 신고 및 고소에 대한 부담이 23.8%, 행정심판 및 소송 부담이 5.9%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발표된 교육부의 교권보호 대책 이후 긍정적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12%에 그쳤다. '그렇지 않다'는 26.2%, '전혀 그렇지 않다'는 39.6%였다.
중대 교권침해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에는 전체의 92.1%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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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은 △중대 교권침해 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전면 도입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한 '정서적 학대' 기준 구체화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정된 무혐의 사건의 검찰 불송치 △무고나 악성 민원에 대해 교육감이 무고죄 또는 업무방해죄로 고발을 의무화하는 맞고소 의무제 도입 등 5대 핵심 요구과제'를 요구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학생 간 폭력은 기록되는데 교사를 흉기로 찌른 사실은 기록되지 않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교육환경이며 정의로운 제도냐"며 "교육영역에서 사법적 분쟁 시장의 확대는 입시경쟁 심화, 법적 권리의식 확산, 모든 분쟁을 고소·고발로 해결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