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부가 2035년까지 청소년 자살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범정부 대책을 내놨다. 청소년과 학부모 대상 자살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AI(인공지능)을 활용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등의 체계를 구축해 극단적 선택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자살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높일 구체적인 방안과 입시 경쟁 완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등 14개 관계부처와 함께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예방-감지-개입-회복-기반 조성' 5단계 전략으로 마련됐다. 2024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8명인 청소년 자살률을 2030년 6.5명, 2035년 4.2명 수준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예방 단계에서는 학생 대상 마음건강 교육을 대폭 확대한다. 일회성으로 운영되던 자살예방 교육을 사회정서교육·학교폭력예방교육 등과 연계해 체계화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에서 6차시(수업시간 기준 6회)로 운영 중인 사회정서교육도 17차시까지 늘린다. 학부모 교육도 강화한다. 부모수당·아동수당·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등을 신청하는 보호자에게 자살예방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위기 청소년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감지 단계에서는 'AI 기반 위기징후 발굴 시스템'을 도입한다. AI가 24시간 온라인 게시물을 탐색해 위기 청소년을 발견하면 상담사에게 연계하는 방식이다. 단순 키워드뿐 아니라 이미지·영상, 자살을 암시하는 신종 은어까지 탐지 대상에 포함한다.
개입 단계에서는 고위기 청소년에 대한 상담·치료 지원을 강화한다.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등 상담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소년을 위한 전문의와 전용 병상을 확충해 치료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기반 조성 단계에서는 학생 마음건강 지원을 위한 재정과 인력을 확대한다. 2030년까지 '학생마음건강지원비'를 보통교부금 총액의 1%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보통교부금 총액의 0.25%가 해당 예산으로 배정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는 모든 부처가 함께 마음을 모아서 청소년의 자살률을 확실히 떨어뜨리고 (청소년이 자살하는) 일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공교육 내 마음건강 교육 강화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사회정서교육이 독립된 교과목이 아니라 차시를 늘려도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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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사회정서교육이 의무화됐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기존 교과 수업에 사회정서교육 내용을 녹이는 방식으로 차시를 채우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교육을 진행하더라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정서교육이 기존 교과목을 가르칠 때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수준을 넘어 별도의 교과목으로 편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상담교사 A씨는 "국어 시간에 시를 가르치면서 작품 내용과 연결해 자살예방 교육을 진행해도 사회정서교육 1차시로 인정한다"며 "사회정서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정규 수업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입시 경쟁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 교육부는 학업 스트레스 완화 방안으로 '진로연계교육 확대'를 제시했는데, 학생이 체감하는 과도한 입시 경쟁 문제와는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의견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 경쟁은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를 키우는 가장 강력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그럼에도 교육부 대책은 상담 확대와 위기 학생 조기 발견, 정보 연계 강화 등 관리 중심 정책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과 관계를 중심에 두는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