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높아진 채용 임계점…기업들 "가르칠 바엔 차라리 안 뽑는다"
구인혁 숙명여대 교수 "경력 사다리 복원할 국가형 프로젝트 경력제 필요하다"

청년 고용의 위기가 '일자리 수'에서 '경력 사다리의 붕괴'로 이동하고 있다. 수시채용과 직무경험이 채용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이른바 '경력 있는 신입'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구인혁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10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형 경력 인프라인 '잡 파운드리'(JOB FOUNDRY) 도입을 제안했다. 구 교수는 "지금 청년 고용의 문제는 단순히 채용문이 좁아진 것이 아니라, 신입을 경력자로 만들어 주던 조직 내부의 사다리가 약해졌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신규채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상 기업의 54.8%가 수시채용만 실시하며 67.6%는 직무 관련 업무경험을 핵심 평가요소로 꼽았다.
구 교수는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조직 내 선배들이 과거 신입에게 맡기던 기초적인 자료 정리나 초안 작성 등의 업무를 AI와 함께 직접 처리하면서, 애초에 신입을 한 명 더 뽑지 않는 '미채용'(hiring avoidanc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선 멘토링 비용을 들여 신입을 가르칠 유인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작은 팀과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신입 채용을 위한 임계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들이 겪는 '교육과 취업 사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된 잡 파운드리는 일자리 사업이라기 보다 '경력 생산 시스템'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실제 미해결 문제를 청년의 첫 프로젝트로 발주하고, 청년이 AI를 도구로 활용해 과업을 수행하게 한다.
가장 큰 특징은 결과물을 발주자인 '실제 고객'이 검수한다는 점이다. 채택·보완·반려 여부를 꼼꼼히 기록해, 청년이 다음 노동 시장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검증된 첫 경력'으로 남기게 된다.
구 교수는 "국가가 청년의 평생 고용주가 될 필요는 없지만, 첫 고객은 될 수 있다"며 "기존 일경험 사업의 목표 역시 단순한 경험 제공이나 수료가 아닌 실질적 경력 창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잡 파운드리의 성패를 가를 최우선 과제로 '프로젝트 마스터'(Project Master) 확보를 지목했다. 멘토링이나 조언을 넘어, 유사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본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의 결과물을 '납품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조력자다.
그는 "대기업 임원이나 교수라는 화려한 직함 대신, 초보자에게 과업을 설명하고 판단력을 전수할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해야 한다"며 검증된 전문 퇴직 인력의 활용을 제안했다. 구 교수는 "퇴직자의 마지막 경력이 청년의 첫 경력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자들의 PICK!
이런 정책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나 신규 조직을 당장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 구 교수의 지론이다. 기존 청년 일경험 사업이나 중장년 재취업 지원 사업 등을 연결해 '실제 문제 발주형 트랙'으로 작동 방식을 전환하면 즉시 시작이 가능하다고 본다.
구 교수는 "정책의 성과 지표(KPI) 역시 단순한 수료율이나 참여자 수가 아니라, 결과물 실제 채택률과 다른 기업에서의 경력 인정률 등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사회가 가진 실제 문제를 청년에게 맡기고, 퇴직 숙련자가 함께 책임지며, 그 첫 거래를 국가가 열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