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가보니] ②내년까지 서울시립병원 224병상 확보 목표…절반은 대기하다 사망

서울시립 북부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남편 원씨를 간병하기 위해 이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보호자 침대에서 보내고 있다. 부부는 20여년간 편의점을 운영했다. 4개의 편의점을 관리하는 바쁜 생활을 하던 원씨는 몇 달 전 복부를 찌르는듯한 통증과 피곤함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췌장암 말기였다. 진단받은 대학병원에는 더 이상 입원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집과 가까운 북부병원 호스피스 병동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씨와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려면 평균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여러 병원에 동시에 예약하는 탓에 정확한 대기 기간을 산출하긴 어렵지만, 수요에 비해 부족한 병상 규모는 대기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호스피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호스피스 이용자 중 사망한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25.6일이다. 여생이 두 달 남짓한 말기 환자들에게 입원을 대기하는 시간은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온다.
25일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내년까지 3년간 서울에서 호스피스 시설 이용을 신청했으나 이용하지 못한 환자의 비율인 미충족률은 50.2%로, 환자 수로는 연평균 7706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지 못하면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자택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요양병원의 경우 매달 평균 약 400만원을 들여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보호자가 24시간 병원에 상주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북부병원은 환자 4명당 1명꼴로 완화의료 도우미(간병인)를 배치했다.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를 집어삼키는 고통도 전문 의료인이 아니면 조치가 어렵다. 지난 11일 북부병원에서 만난 원씨는 아내의 생일을 맞아 두 아들과 병원 근처 고깃집으로 외출할 정도로 건강했다. 이씨는 "지난주부터는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량이 늘며 섬망도 강해졌다"며 "본인이 납치당했다고 집에 보내달라 했다. '여보라도 탈출해'라고 말하며 5분간 병실에서 난동도 부렸다"고 했다.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는 원씨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약물 처방과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선 보호자도 돌봄과 치료의 대상이다. 김혜지 서울시립 동부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보통 가족들은 말기 환자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며 "변화가 생길 때마다 여생이나 합병증 증상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학적 판단을 설명해서 '내가 치료 과정에서 존중받았다', '의사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인간적 느낌을 받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어 "끊임없이 악화하는 과정에서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학적으로 최선의 선택하려고 노력한다"며 "그 과정을 환자와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자주 설명하고 돕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치료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외래 진료 시간에 보호자를 불러 호스피스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기도 한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를 위해 29병상 규모인 동부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선 김 팀장을 포함해 전문의 3명과 간호사 15명, 사회복지사 2명, 코디네이터 1명이 일하고 있다. 6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힘을 보태 거동이 어려운 환자는 병원 침대를 통째로 옥상 정원까지 옮겨 산책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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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런 시설을 이용한 사람은 전체 호스피스 대상 질환 사망자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현재 5곳의 서울시립병원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상은 155개. 시는 내년까지 224병상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지난해 추정한 서울의 호스피스 수요(760병상)와 비교하면 민간과 공공이 운영하는 병상을 더해도 절반을 채우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을 포함해 제도적 보상을 통해 민간 병원의 호스피스 운영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우 충북대병원 호스피스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 중 호스피스 이용을 희망하는 비율이 81%가 넘었다. 현재 예측보다 훨씬 수요가 많다고 봐야 한다"며 "호스피스 기관에 대한 질 기반 평가 등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때나 각종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등의 수가 정책 외의 제도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가 정책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 입원이 60일로 제한돼 있는데, 수가 정책 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