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가보니] ①존엄 지킬수록 쌓이는 적자…서울시, 시립병원 통해 호스피스 155병상 운영

"아버지한테는 더 치료받으려고 입원하는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약 두 달쯤 전, 임석균씨(63)는 간암 말기 판정받았다. 30여년 간 시내버스 기사로 일한 임 씨는 건강했고 특별한 증상도 없었다. 지난 7월 피곤하고 발이 부어올라 찾은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암을 발견했다. 유쾌한 성격에 운수회사의 노조 부위원장을 하면서 주변엔 따르는 동료들도 많은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임씨의 아들 동현씨에게 담당 교수는 더 이상 치료가 의미가 없다며 아버지 여생이 두 달 남짓 남았다고 전했다.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라고 권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더 이상 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된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 호흡곤란, 환청, 섬망 등 증상 관리를 포함해 환자와 가족에게 완화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시설이다. 일부 환자들에겐 '생을 마감하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동현씨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다고 하면 아버지가 남은 두달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 같았다"며 "아버지에겐 그냥 더 치료받으려고 입원하는 거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임씨 가족이 알아본 호스피스 병동의 평균대기 순번은 60번대였다. 여생이 두 달로 추정되는데, 입원 대기 기간이 두 달 정도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운이 좋아 예상보다 빠르게 대기기간이 줄었다. 약 일주일간 수유동의 집에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던 임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북부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서울에서 호스피스 병동의 문을 두드리는 환자는 늘고 있지만 병상 공급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추정에 따르면 서울에는 760병상의 호스피스 입원형 호스피스 시설이 필요하다. 지난 7월 기준 서울의 호스피스는 328병상뿐이다. 지원단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 사망자 4명 중 1명 만이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의료계에선 낮은 수익성을 원인으로 꼽는다. 호스피스 병동엔 완치가 없다. 완화의료 중심이다 보니 각종 검사와 시술 등 적용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은 거의 없고 사회복지사, 간호사, 완화의료 도우미(간병인)와 음악·미술 치료 등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할 항목은 많다.
환자가 하루에 약 2만5000원 내외의 본인 부담금을 지불하는 정액 수가를 적용받고 입원 기간도 60일로 제한된다. 서울시는 서울의료원과 서남·서북·동부· 북부 병원에서 155병상 규모의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서남·서북·동부· 북부 병원의 의료 적자만 약 853억원에 달했다.
전국에서 환자를 받는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선 장기 입원과 고가의 검사가 필요한 중증 질환자 치료에 집중하면 의료수익이 늘어난다. 전국 '빅5'(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대) 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약 341만원(2024년 기준)에 달했다. 임씨가 입원한 서울 북부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올해 1인당 평균 진료비는 40만원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시립병원을 제외하면,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성모 계열 병원과 국공립 병원에서 호스피스 운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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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환자의 존엄을 지키는 일은 수가로 책정하기 어려운 활동도 많다. 임씨의 아들과 부인은 오랜 기간 천주교 신자였지만 본인은 바쁜 생활 탓에 신앙생활을 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지난 9일 임씨는 병상 위에서 세례를 받았다. 장례미사를 치르기 위해서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신부, 수녀, 목사, 승려 등이 방문해 종교활동을 한다.
동현씨는 "아버지에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다고 설명하지 않았지만, 납골당 관련 말씀도 하시고 죽음을 앞두고 세례를 받고 장례미사를 원하셨다"며 "이미 다 알고 계셨던 것 같다"고 했다. 임 씨는 입원 후 북부병원 임종방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17일 밤 11시 30분쯤 눈을 감았다.
병실 운영도 제한적이다. 시립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보통 4인 1실을 사용하는데, 임종이 임박한 환자는 임종방으로 옮겨진다. 임종방에선 가족들이 24시간 곁을 지키며 환자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 김정은 서울 동부병원 사회복지사는 "임종이 임박해 의식이 없어 보여도 환자는 주변 대화를 듣고 신체 접촉을 느낄 수 있다"며 "임종방에 들어간 가족들에겐 환자에게 평소 전하지 못한 말을 해달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