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물다양성 위기 시대, 월출산에서 생각하는 국립공원의 역할

[기고]생물다양성 위기 시대, 월출산에서 생각하는 국립공원의 역할

남태한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장
2026.11.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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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한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장
남태한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장

산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을 기억한다. 하지만 국립공원의 진정한 가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도 있다.

계곡과 습지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 바위틈에 뿌리내린 식물 한 포기, 이들이 서로 기대어 만들어가는 생태계 모두가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자연 유산이다.

지금 그 자연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보다 1.55℃ 높아 175년 관측기록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사회도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 워크'를 채택하고, 2030년까지 훼손된 생태계의 30% 이상에서 효과적인 복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연보전의 무게중심도 '지키는 것'에서 '회복을 돕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월출산에서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생명이 남생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남생이를 복원하기 위해 국립공원공단은 2011년부터 기초연구를 진행했으며, 월출산 일대에 친환경 대체 서식지를 조성했다. 현재 26개체를 사육 중이고 올해도 자연부화가 이어지는 등 남생이 복원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체 수의 변화만이 아닌 생물이 스스로 번식하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먹이를 얻고 겨울을 나며 산란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야 한다. 결국 한 종을 지키는 일은 그 종이 살아가는 서식지와 생태계의 관계를 함께 지키는 일이다.

월출산의 웅장한 암봉은 빼어난 경관을 만들어내지만, 토양과 수분 확보가 어려운 일부 암반지역은 식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곳에 식재 기반을 조성하고 일엽초를 시범 이식해 초기 정착과 생육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생존과 생육, 식재 기반의 안정성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며 더 나은 복원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공원시설 관리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낙엽과 토사로 반복적으로 막히던 야영장 배수시설에는 막힌 뒤 청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막힘을 줄이는 예방 중심 관리방식을 현장에 실증했다.

남생이 복원과 암반지역 식생복원, 예방 중심의 현장관리와 지역사회로의 확산은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문제가 발생한 뒤 되돌리는 것보다 훼손과 위험을 미리 줄이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길다. 오늘 만든 서식지에서 생명이 다시 태어나고 바위틈의 작은 식물이 온전히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연복원에는 눈앞의 성과보다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며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월출산에서 자연 부화한 남생이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는 작은 식물은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자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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