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마지막 날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세밑 개각'으로 시작된 이른바 '정동기 사태'는 시작부터 파국을 예고하고 있었다. '회전문 인사'와 '전관예우'라는 한계를 지닌 정 후보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엄호로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당·청 갈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낙마할 수 밖 에 없었다.
정 후보자는 12일 발표한 '사퇴의 변'에서 착잡한 심정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그 진상이야 어떻든 간에 송구스럽다"면서도 "원칙과 정도를 따라 살아왔다",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살아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의 호소가 '법'보다는 '도덕'을 우선시하는 국민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직자의 덕목으로 도덕성 이외의 것을 등한시하는 중우정치(衆愚政治)와 이를 노린 무분별한 정치공세 역시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이라는 정 후보자의 비판 역시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정 후보자가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뺏은 결정적 계기가 '내 편'으로 여겼던 한나라당의 배신이었고, 그 배경에 정 후보자와 고교 동문인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견제하기 위한 친이명박계 내부의 '파워게임'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이 맞다면 정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이 과연 진실인지를 살펴봐야 할 국회 의무를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권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감사원장직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인 정 후보자의 내정을 강행하고도 여론의 역풍을 넘을 수 있다고 자신한 청와대의 오만함 역시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다. 7달에 7억 원을 받은 '전관예우' 역시 정 후보자가 속한 법조계에는 만연해 있지만, '공정사회'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는 청와대가 이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물론 정 후보자의 잘못도 있다. 그 첫 번째는 청와대의 잘못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살아왔다"는 스스로의 자부심과 서민감정의 괴리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