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정국' 어디로 가나?…與 '특검' vs 野 '청문회'

'사찰정국' 어디로 가나?…與 '특검' vs 野 '청문회'

뉴스1 제공
2012.04.02 18:43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논란이 4·11총선을 앞두고 '재점화'된 가운데, 여야 각 당은 이번 논란이 총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며 그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KBS 새노조에 의해 2600여건에 이르는 사찰 문건이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불법사찰 문제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주말을 거치면서 청와대가 직접 "공개된 문건의 상당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된 것"이라며 야당과의 전선에 나섬에 따라 자연 새누리당은 이번 논란으로부터 한 걸음 비껴서는 듯한 분위기마저 조성됐다.

이에 대해 이번 선거를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권 심판'으로 몰고 가고자 하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불법사찰 방조' 등을 주장하며 연일 공세의 고삐를 다잡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아랑곳 않고 현 정부와의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전·현 정권의 모든 사찰 의혹에 대한 특검을 통해, 또 민주당은 국회 청문회를 통해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자는 입장.

그러나 여야 공히 사찰 사건의 진상을 규명키보다 정치공방의 소재로 활용코자하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평가여서 정치권의 공방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까지만 해도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했던 청와대 또한 "현재로선 진실을 규명하는 게 우선"(박정하 대변인)이란 입장을 취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가 정치권 일각에선 "조만간 '또 다른 한 방'이 터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與 "박근혜도 피해자… 盧정부 사찰 의혹도 특검하자"

새누리당은 사찰 파문의 '불씨'가 당으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전·현 정권의 사찰 피해자일 수 있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일엔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노무현 정부 때도 다수의 민간인과 정치인 사찰 의혹이 있는 만큼 전·현 정권의 모든 사찰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특검을 실시하자"고 야당 측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상일 4·11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사찰이 왜 이루어졌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조윤선 공동 대변인도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에서의 사찰은 적법한 감찰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권력을 이용해 민간인과 정치인을 감시한데 있다"며 "이 같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키 위해서라도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원 지역 총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박 위원장도 전날에 이어 "작년과 재작년에 현 정부가 나를 사찰했다고 주장한 게 지금의 야당이다. 그렇게 말한 야당이 지금은 내가 불법사찰의 동조자라고 비방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말 바꾸기고 뒤집어씌우기"라고 대야(對野)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당의 이 같은 공식 입장 표명과는 별개로 서울 등 수도권의 일부 접전지역 총선 후보들 사이에선 "여론 동향에 민감한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票心) 이탈이 우려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찰 문제가 불거지면 불거질수록 어떻게 대응하든 간에 새누리당이 불리해진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는 결국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말하는데, 이는 결국 심판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역시 "그동안엔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 구도가 아닌 과거 단절 구도로 치르려는 새누리당의 의도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선거전 막판에 이 대통령이나 정권의 책임 문제가 부각되면 다시 야권이 주도하는 정권 심판 구도가 작동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지역정서의 영향을 덜 받는 수도권의 무당파나 부동층은 야당 쪽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여당으로선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선 국면 전환을 위한 다른 카드가 필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野 "불법사찰 몸통은 MB… 청문회 열어 낱낱이 가리자"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날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은 이 대통령"이라며 이 대통령의 책임을 거듭 주장했다.

박지원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원회의에서 "총리실의 불법사찰 내용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직보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박용진 대변인은 "우리도 갖고 있는 모든 자료를 내놓을 테니 청와대와 정부도 (사찰 관련) 자료를 국민 앞에 공개하고 검증받자"며 총선 뒤 사찰 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특검 제안은 '꼬리 자르기'·'시간 벌기'용이고, '나도 사찰 피해자'란 새누리당 박 위원장의 주장은 혼자만 살기 위한 비겁한 행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나아가 총선 상임선대위원장인 한명숙 대표는 후보 지원 유세에서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의 사찰 망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며 새누리당 박 위원장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사찰 활동과 이번 총리실 사찰 파문의 연계를 시도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한 파상공세에 나선 배경엔 새누리당이 표심 이탈을 우려하는 것과 반대로 이번 사찰 파문이 총선에서 자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지금은 야권이 유리한 듯해도 노무현 정부나 그 이전의 사찰 얘기가 나오면 달라질 수 있다"며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향후 검찰수사 등의 과정에서 어떤 내용의 자료가 공개되냐에 따라 불법사찰 파문은 오히려 야권의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여야 모두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반성은 커녕 선거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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