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을 통해 발표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 중 '경제민주화'를 첫 번째 과제로 꼽으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에서의 차별성 부각이 민주통합당의 우선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는 지난 해 7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경제민주화특위를 당내에 설치하는 등 민주통합당이 일찌감치 강조해온 이슈이지만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가 공세적으로 치고 나옴에 따라 민주당의 이슈 장악력이 약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10일 출마 선언문에서 "그동안 우리 경제가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공정성의 중요성을 간과해 경제주체 간 불균형이 심화돼 왔다"며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라며 "적당한 기업활동은 최대한 보장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지만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박 전 대표 공약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표가 어제 출마선언한 내용을 보니 말은 경제민주화라고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재벌개혁이 없는 경제민주화를 주창한다"며 "재벌개혁이 없는 박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는 허구"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핵임은 재벌개혁이고 재벌개혁의 핵심은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의 순환출자는 인정·유지하고 앞으로 더 못하게 하자는데 이는 해소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당 정책위부의장도 이날 아침 KBS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에서는 재벌의 금융 경제적 집중에 대해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소수 재벌이 우리 경제의 모든 것을 지배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서 새누리당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홍 부의장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부자감세나 재벌 특혜정책으로 재벌의 총 자산이 672조에서 1189조로 증가한 것도 모자라 골목 상권 등 모든 분야에 재벌이 진출하고 있다"며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출자총액한도 제한,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의 행위 규제 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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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상임고문은 10일 오후 청년들과 함께 한 '청년미팅'에서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려면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알아야 하는데 박 전 대표가 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경제민주화의 선구자인 김종인 선대본부장을 영입하면서 대척점에 있는 신자유주의 학자인 이한구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든 것은 진정한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고문 측은 "친(親)재벌 정책을 펼쳐왔던 박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것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며 "김종인 선대본부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모두 함께 간다는 것은 모순일 뿐더러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10일 파워블로거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인데 박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에는 재벌개혁이 없다"며 "경제민주화가 유행이다 보니 간판만 단 것"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 측 캠프인사는 "박 전 대표가 발표한 내용을 볼 때,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라는 기본입장에서의 전환 여부를 명확히 나타내지 않은 채 오히려 규제철폐를 말해 친재벌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은 정책을 내놓을수록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기에 국민들과 함께 검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측은 "경제민주화를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하는데 있어서 박 전 대표는 과거 살아온 길로 볼 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 전 지사가 군수, 지사 시절을 통해 실천한 민주화를 잘 알리기만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 진영이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쟁이 정책대결이 아닌 이미지대결에 머물거나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균형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11일 오전 WBS 라디오를 통해 "경제민주화는 시대적인 과제이므로 정치권에서 국민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누가 원조며 짝퉁인지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말잔치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일반인들에게는 그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 하나의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는 개념"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도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못한 채 부족한 이미지의 보충을 위한 하나의 슬로건을 추가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표 측에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제외하면 개혁적인 인물이 없어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민주통합당도 박 전 대표에 대항하는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너무 진보적인 면만 강조하다가는 중도층을 잃을 수 있다"며 "쫓기는 쪽이나 쫓아가는 쪽 모두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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