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②]박이은실 교수, "박근혜 후보는 '비너스' 아닌 '아테나'"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가 여자로 태어났다는 게 아니라 역할(문제)입니다. 결혼하고 애를 낳고 애들 키우고 그러다 보니까 나타나는 현상이죠. 생식기가 여성 이라고 여성이라고 안 해요. 박근혜 후보 결혼했나요? 애 낳았나요? 애 키웠나요?"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 '박 후보는 생식기만 여성'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여성대통령론'을 전면에 내세웠던 새누리당은 '생식기'라는 저급한 표현을 써 박 후보를 폄훼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6일 '여성 교우' 자격으로 연세대를 항의 방문해 황 교수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같은 날 연세대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는 공동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황 교수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교수의 '생식기' 발언을 문제시 한다고 해서 '여성대통령론'을 옹호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성이 여성'이라는 시각이 틀렸을지언정 '성별'이 아닌 '성역할'로서의 '여성'이 중요하다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박 후보는 '비너스' 아닌 '아테나'
"여성들이 박 후보에게 '나를 이용하지 말라. 우린 같은 여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해야 돼요. 공주가 무수리의 삶을 어떻게 알겠어요?"
박이은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겸 한신대 교수는 "박 후보가 여성의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느냐"라면서 "기득권층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여성의 상징이라고 해 버리면 다른 환경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봉합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이 교수는 새누리당의 '여성대통령론'은 '여성'이라는 상징자원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면서 여성을 대표하려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면 정책으로 보여줘야 했던 게 아닌가 생각 한다"면서 "그동안 박 후보의 행보를 보면서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깊이 이해하고 전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여성성 강조'는 일종의 '정치전략'이라는 평가다. 박 후보가 그동안 '여성'임을 단점으로 여겨 이를 부각시키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약함이 오히려 자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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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이 더 이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죠. 하지만 지금 박 후보는 아버지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뜬금없이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와 동일시해 이미지 메이킹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박이은실 교수는 박 후보가 '비너스'가 아닌 '아테나'라고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제우스'의 두 딸인 비너스와 아테나는 태생의 차이가 있다. 비너스는 어머니인 '헤라'의 자궁에서 나왔지만 아테나는 그 과정 없이 제우스의 뇌에서 태어났다. 둘은 각각 '어머니의 딸', '아버지의 딸'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데 박 후보는 '아버지의 딸'로 대변되는 '아테나'라는 것이다.
◆ 새누리당이 '여성' 말할 자격이 있나?
야권에서는 박 후보와 더불어 새누리당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김진애 민주통합당 전 의원 등은 '새누리당은 여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심 후보는 2일 자신의 트위터(@sangjungsim)에 "새누리당 남성 의원들이 갑자기 여성의 시대가 열린 것 같이 ‘여성대통령론’ 띄우기에 올인 하는 것도 씁쓸하다.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성추행하고, 여성을 억압해 온 당사자들이 과거는 싹 잊어버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 전 장관(@kangkumsil)도 7일 "지금의 열악한 여성격차는 새누리당 40년 집권결과다. 여성의식 없는 후보가 제 입으로 여성을 말하다니. 대통령 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개념의 권력의지"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쾌도난마'에 출연한 황 교수에게 "박근혜 후보 입에서 나온 여성대통령론. 여성인 저는 왜 모욕당한 느낌 입니까"라고 트위터(@jk_space)로 질문을 던져 '생식기'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과거 행보가 아닌 현재의 여성정책과 미래 실천 가능성을 보고 평가를 해 달라'는 입장이다.
박 후보측 여성정책 특보인 민현주 의원은 "그동안 박 후보의 여성 관련 정책이 두드러지거나 업적으로 내세울 것이 없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수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남성 정치인들과 끊임없이 경쟁을 해 살아 남아야 하는 한국 정치사에서 다선 여성 정치인 중 여성만을 위해 산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박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성 후보인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공약을 보여줄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민 의원은 "이번 대선을 준비하면서 차곡차곡 공약을 만들어 왔고, 여성 정책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도 여성 대통령 후보의 영향"이라며 ""여성 관련 7대 공약에 이어 곧 아동을 포함한 100대 공약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계 내부에서는 '여성이 생물학적 의미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의원에 따르면 큰 단위의 여성 단체들은 여성정책 관련 토론회 등을 지켜보고 지지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는 여성계 인사 50여명이 박 후보의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5일에서 7일 사이 전국성인 914명(남성 453명, 여성 4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후보의 여성 지지율은 타 후보에 월등히 앞섰다. 박 후보는 여성 응답자 전체 42%의 지지를 받았다. 남성 지지율은 35%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성별 지지율은 25%(남)와 16%(여)였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경우 각각 23%(남)와 22%(여)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