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부터 멀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말 영입돼 당에 대한 '쓴 소리'를 도맡았던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 전직 비대위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박 후보의 '쇄신' 노력에 동참하며 4·11 총선 승리의 숨은 조력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그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최근 새누리당 안팎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비대위원 시절, 박 후보는 그의 조언을 받아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반영했다. 대선캠프에서도 공약개발 작업을 일임했다.
그러나 투표일이 다가 올수록 김 위원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경제민주화 정책을 둘러싼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대립에서도 '사퇴' 배수진을 통해 판정승을 거두는 등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공약 발표를 앞두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주장, 이에 소극적인 박 후보를 직접 비판하자 당내 분위기는 변했다.
박 후보 주변에서는 "김 위원장이 도를 넘었다"는 싸늘한 반응이 팽배하다. 2007년부터 박 후보의 경제공약을 설계했던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박 후보가 재벌에 동화되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조금 지나치게 생각한 것 같다"며 "
박 후보의 고민은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에서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취와 관련, "(박 후보와) 결별이 간단하겠나"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자리를 지킨다 해도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비대위원 시절부터 갖가지 당내 현안에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 왔다. 특히 총선 이후에도 당내 이명박 정부 실세의 용퇴, 이 대통령의 탈당 등을 거론하며 박 후보가 드러내 놓고 언급하지 못하는 'MB정부와의 단절'을 통한 쇄신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왔다.
이 위원은 이후에도 꾸준히 '쇄신' 목소리를 고수해 왔지만, 이전만큼의 파급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 후보 캠프가 대선체제로 전환된 후 친박(친박근혜) 핵심인사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 핵심과의 갈등은 이어졌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거듭 "박 후보의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또 지난달 초 김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과의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에는 전직 비대위원들과 공동으로 박 후보 비서진의 '2선 후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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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은 이날도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거부된 것에 대해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바가 흔들리면 대선에 부담이 된다"며 "기존에 우리를 지지해왔던 고정 지지층에겐 이게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새누리당이 변화하길 기대했던 유권자들에게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새누리당 합류 당시부터 '깜짝영입'로 평가받았다. 야권에서는 박 후보의 '2030' 이미지 결핍을 보충하기 위한 '카드'라며 폄하했지만, 그의 '돌출발언'이 갖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일례로 새누리당이 승리에 도취해 있던 총선 다음날인 4월 12일, 그는 각종 의혹에 휩싸인 김형태·문대성 당선자를 두고 "과반 의석을 무너뜨려서라도 정리해야 한다"고 폭탄 발언을 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 전 비대위원의 최근 행보는 이전의 폭발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새누리당과 청년층의 소통 '이벤트'인 '빨간파티' 기획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굵직한 대선 현안에 대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에서는 전직 당 지도부에 걸맞는 자리를 찾지 못했다"며 "직위만큼 발언에도 무게가 실리기 마련인데, 현재로선 이전만큼 주목받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