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 20일도 남지 않은 18대 대선이 폭로와 네거티브 공세로 물들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사퇴 직후 '정치쇄신 실천의 적임자는 나'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여·야는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하자마자 다시 난타전에 돌입했다. 정치쇄신 보다는 눈앞의 대선승리에 몰두한 표정이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체의 흑색선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막말·폭로정치를 비롯한 일체 혐오정치를 배격해 원칙에 충실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안철수 현상'의 공을 넘겨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27일 부산 방문길에서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아주 크고 아름다운 결단을 내려줬다. 그 진심과 눈물을 잊지 않겠다"며 "안 전 후보와 함께 새 정치의 꿈을 꼭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정치를 장담한 두 대선 후보가 먼저 '네거티브' 경쟁에 뛰어들었다. 박 후보는 27일 대전역 광장 유세에서 "지금 야당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핵심 실세였다"며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겠다, 사학법을 개정하겠다며 이념 투쟁으로 날밤을 지샜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같은 날 유세에서 "5·16 쿠데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겠나,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오만한 불통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정치를 해낼 수 있는가"라고 몰아붙였다.
28일에는 문 후보의 TV광고에 나온 '의자'를 놓고 여·야의 설전이 불을 뿜었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과연 400만 원 짜리인지, 아니면 1000만 원 짜리인지를 놓고 논쟁이 분분했다. 문 후보 측에서는 "중고로 50만 원에 구입했다"는 해명이 나왔다.
29일에는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문 후보의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청와대가 2004년 감찰참모인 C모 대령을 회유해 기무사 내부 정보를 수시로 보고받는 등 불법 사찰했다"며 "기무사 장군 진급자 추천에서도 청와대가 허위 사실을 근거로 인사개입을 했는데, 문 후보가 비호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문 후보 측은 박 후보를 '버벅공주'라고 폄하했다. 김현미 소통2본부장은 박 후보의 TV토론 '거부' 논란을 겨냥, "수첩이 있을 때는 '수첩공주', 수첩이 없을 때는 '버벅공주'"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프롬프터와 수첩을 들고 다니는 비서를 따로 둬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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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유권자들의 관심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차별화된 정책을 찾기 힘들고, 유권자의 접근성이 높은 유력 후보 양자간 TV토론도 사라진 와중에 상호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선거에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야 선거 캠프에서도 "대선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서울시장 보선 때의 긴박함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며 "각 지방의 조직 담당자들은 유권자들 만나기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율 역시 비상이 걸렸다. 이목희 민주당 기획본부장은 "현실적으로 65% 정도를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의 지지율 격차가 커 일찌감치 '김빠진 선거'였던 2007년 대선 투표율(63%)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차범위 내 '혼전' 여론조사가 무색할 정도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안 전 후보의 사퇴가 꼽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안 후보 지지층 중 다수가 정치에 대한 관심 낮은 유권자들이었는데, 사퇴하면서 실제 투표장에 찾아갈 매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안 전 후보의 정치쇄신 이미지를 온전히 받아 올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문 후보에 대한 지원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 후보의 '재등장'만이 현재 '네거티브' 일색의 대선구도를 다시 출렁이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변수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