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유의 '철통보안' 인사(人事) 스타일을 놓고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첫 작품인 인수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중도 낙마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박 당선인의 의중이 담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각부터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논란에 휩싸이며 정권 출발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것에 비춰볼 때, 박 당선인이 이 같은 '인사의 나쁜 예'를 되풀이 하면 국정운영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박 당선인과의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 발표 후 "박 당선인 측과 조율을 거쳐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 측 박선규 대변인도 "청와대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헌재소장은 대통령(행정)·국회의장(입법)·대법원장(사법)과 함께 4부 요인으로 불리는 무게감 있는 자리기 때문에, 사실상 박 당선인 측이 이 후보자 지명을 주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는 물론 박 당선인 측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16일 현재까지 제기된 이 후보자 관련 의혹만 해도 △분당 아파트 위장전입 △법원장 재직시 기업 협찬 종용 △저서 관련 저작권법 위반 △관용차 사적 이용 △자녀의 증여세 탈루의혹 △후배 판사에 대한 성매매 권유 등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야권은 각종 의혹은 물론 TK(대구·경북) 출신 보수성향이라는 것을 문제삼아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부측 인사를 인용, "법조계에서는 헌재소장 후보 3명 중 이 후보자에 대해 비판 의견이 많았지만, 박 당선인 쪽에서 강하게 임명을 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 검증을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청문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에게는 인수위를 둘러싼 인선 잡음도 부담이다. 우선 최대석 전 인수위원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대표적 인사 난맥상 사례 중 하나다. 최 전 위원의 사퇴 배경에 대해선 '처가인 GS그룹 연관설', '대북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갈등', '국가안보실 신설 언론보도 유출 책임' 등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있지만, 사퇴의 이유가 무엇이든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보수우파' 편향 및 '불통' 논란으로 인수위 취재진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는 윤창중 대변인은 여론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불편해하는 인선이었다. 또 인수위 산하 청년특위 하지원 위원의 과거 '돈 봉투' 사건에 따른 벌금형, 윤상규 위원의 과거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늑장 지급 전력 등도 검증이 부족했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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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눈앞으로 다가온 새 정부의 국무총리 및 장관 인선에서도 박 당선인의 '철통보안' 인사 기조가 계속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은 "최근 당선인이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은 국무총리 및 장관 인선 작업"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박 당선인 측근들조차 "인선은 모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조차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가 나름대로 검증한다 해도 완벽할 수 없으니, 언론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을 취해야 제대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