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얏나무 아래서 갓 맨' 청와대

[기자수첩]'오얏나무 아래서 갓 맨' 청와대

이미호 기자
2013.10.31 06:00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이번에는 지역 편중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지명한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와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각각 경남 사천, 경남 마산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고향이 '경남 거제'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사정 라인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 언론이 현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급)과 청와대 비서관, 공공 기관장 195명을 분석한 결과 영남권 편중은 정권 초기보다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장을 뺀 정부와 청와대의 장·차관급 90명 가운데, 부산·경남 출신은 20명, 대구·경북 출신은 12명으로 영남 출신이 32명(36%)였다. 이는 비율상 지난 3월 1차 조각이 끝난 시점의 23.6%에 비해 오히려 더 증가한 것이다. 호남은 13.3%(12명), 충청은 16.6%(15명)였다.

청와대도 할말은 있다. 지역을 본 것이 아니라 능력과 당사자의 수용 여부 등을 고려해 뽑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해 인선 과정을 일부 공개된 것도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 총장은 지난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실장을 만났다"면서 "(김진태 후보자 외에) 여러 분들에게 일 좀 해달라고 하면 '청문회도 싫고 개인적인 이런저런 일로 (검찰총장직이) 싫다'고 말씀한 분들이 많았다"는 김 실장의 말을 전했다. 홍 사무총장이 '그 분들도 다 PK였습니까'라고 묻자 김 실장은 아니라고 답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런 현실론과 함께 새 정부 초기의 인사 난맥상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추문'으로 낙마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 검증 실패와 좁은 인재 풀 등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었다. 이런 기존 인사에 대한 비판 기조와 맞물리면서 이번 인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오해이든 진실이든 새 정부에 인사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당분간은 박 대통령이 감수해야 하는 짐이라는 얘기다. 이를 극복해 내기 위해서는 당분간 인사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신경을 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다시 'PK' 편중 논란이 벌어진 것은 아쉽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 끈도 고쳐매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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