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 대표가 뭔데…"라는 여당 의원

[기자수첩]"당 대표가 뭔데…"라는 여당 의원

김태은 기자
2013.11.27 08:27

"당 대표 자기가 뭔데 야당과 합의를 서둘러서 양보하는 방안을 찾느냐."

지난 18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주재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결과에 대한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관련 특검 도입과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설치, 이른바 '양특'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해 온 새누리당 지도부가 특위 설치는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한 발 양보한 것에 대해서다.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의 제안이 10분도 채 안 돼 민주당의 수용 불가 답변으로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답답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바보 같은 결정", "(당 대표) 자기가 뭔데" 등의 원색적인 비난 속에는 야당과의 협상 주체로서 여당 스스로의 정국 타개 능력을 깎아내리는 듯해 보였다. 특히 이날 특위 제안 결정은 황 대표가 아닌 최경환 원내대표가 밀어붙인 것이었다. 대화파로 분류되는 황 대표의 좁은 당내 입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주일 후인 지난 25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진 여야 양당 대표 간 회담에 대한 당 내 분위기도 크게 변한 것은 없는 듯하다. 특검 논의를 포함한 양당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황 대표는 예산안 처리에 대한 전폭적인 협조를 역제안한 채 대답을 3~4일 후로 미뤘다. 이들의 회동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특검을 논의 대상으로 올리는 것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도했고 다음날인 26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특검 부분에 대한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새누리당 분위기를 '종북(從北)'에 빗댄 '종박(從朴)'이라 꼬집으며 "대화채널 구성조차 어렵다면 집권여당에 과연 현안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심(朴心)', 즉 청와대 의중을 좇아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는 일부 지도부 때문에 당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 민주당이 정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요구했을 때 새누리당은 다음과 같이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한 적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야당의 파트너는 여당으로 대통령이 아닌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의 파트너'는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협상을 성사시켜보겠다는 보다 강력한 의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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