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철수식 화법'의 부메랑

[기자수첩]'안철수식 화법'의 부메랑

이미호 기자
2014.01.10 06:00

지난 8일 대구의 한 카페. '안철수 신당 세일즈'에 나선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안 의원이 대구를 찾은 건 2012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이래저래 지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던 중 한 지역 신문기자가 안 의원에게 물었다. "대구·경북(TK)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 낼 것인지, 그렇다면 출마 시기는 언제쯤인가요?"

돌아온 답변은 "어떤 분이 출마하느냐가 정당으로서 국민께 말씀드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아니겠습니까"였다. 안 의원은 또 "최선을 다해 저희 생각을 구현할 분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답변이 시원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해당 기자가 다시 다그쳤다. 그래도 안 의원은 "(후보를 내는 건)저희들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자격이 되는 분을 소개시켜드릴 수 있을 때 내겠다"라고 답했다.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질문이 계속됐다. 보다 못한 윤여준 새정추 의장이 '교통 정리'에 나섰다.

윤 의장은 "할 말이 있다"고 말문을 연뒤 "아까 대구·경북 시장 및 도지사 후보 낼 생각이냐 물었다. 당연히 낼 생각이죠. 여기처럼 중요한 지역에 후보를 안낸다는게 말이 돼냐"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시원하게 정리해주니까 얼마나 좋냐"라는 말이 나왔다.

안 의원이 끝까지 '즉답'을 않은 이유가 뭘까. 윤 의장은 간담회 후 사석에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매모호한 '안철수식 화법'에 대해 내부에서 어느정도는 의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철수식 어법은 부드럽고 예의바르다는게 장점이다. 그래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강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화법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강하고 자극적인 단어나 말투를 피해, 에둘러 표현하다 보니 모호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연초부터 지방선거 출마선언이 잇따르면서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정치판 공방도 한결 뜨거워질 것이다. 그럴수록 모호한 화법은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의 머릿속에 남기기 위해선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특히나 안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세력화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도전자다. 윤 의장은 안 의원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을 설명하면서 "안 의원이 터프해졌다"고 했다. 안 의원의 화법도 보다 터프해질 필요가 있다. 도전자 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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