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건설관리공사 공단화 '논란']

국내 유일의 건설감리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관리공사의 민영화 작업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건설공사의 안전 관리 업무를 하는 한국건설관리공사를 비영리 공기업인 공단으로 바꿔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 되면서 8년째 진행돼 온 민영화 작업이 잠정 중단된 것.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조직 이기주의가 반영된 '청부 입법'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7일 국회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신기남 새정치주민연합 의원은 지난달 24일 건축물의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한국건설관리공단 설립법'을 발의했다.
건축물 시공 당시 안전 점검을 하는 공공 감리업체인 한국건설관리공사(이하 건설공사)를 정부 위탁기관으로 '공단화' 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건설감리 감독을 강화하고 감리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공사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만 현재는 건설감리시장에서 민간 기업들과 똑같이 경쟁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 '공단화' 되면 건설공사의 신분과 기능은 크게 달라진다.
법안에 규정된 공단의 역할은 △민간 감리업체들에 대한 감독 △299개 지방자치단체 발주 건축물 감리 결과 평가 △감리 의무 대상이 아닌 200억원 미만 건축물을 직접 감리하는 공무원에 대한 자문 업무 등 세 가지다. 비영리 공기업으로 민간과 경쟁하지 않고 사실상 안전 관리 감독기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건설공단 설립에 드는 비용을 건설공사가 부담토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건설공사의 조직과 인력 등은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법안 발의 후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KAMCO)는 지난 1일로 예정됐던 공사 매각 공고를 내지 않고 매각 작업을 잠정 보류했다. 법안이 매각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 본 뒤 매각 절차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신기남 의원실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강화된 만큼, 건축 안전의 기초인 감리에 대한 공공의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며 "기존의 건설관리공사가 보유한 전문인력을 활용해 건설관리공단이 건설 시공 단계에서 안전이 강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은 이철우, 송광호,권은희, 이완영, 강기정, 장윤석, 심학봉, 윤재옥(이상 새누리당)의원과 신기남, 정성호, 강기정(이상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안전 강화를 위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건설관리공사를 공단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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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법안을 비판하는 측은 책임감리제 자체가 감리회사가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인데 이를 다시 관리 감독하는 공단을 만드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민영화를 저지하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자리를 보전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또 공단이 200억원 미만 건축물 감리에 자문을 하게 되면 시장에 나오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한 대형 감리업체 임원은 "건설관리공사가 민간기업과 똑같이 경쟁해서 감리업무를 수주하고 있는 상태인데, 굳이 공기업 형태로 남아있을 필요가 있겠냐"며 "이런 공사를 대상으로 공단화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민영화를 막아 주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관리공사는 없어져야 할 기업…옥상옥 안돼"
건설감리 업계의 유일한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관리공사를 공단화하는 방안에 대해 민간 감리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건설관리공사(이하 건설공단)를 건설공단으로 대체 설립하게 되면 기존의 민영화 사실상 무산되는 것은 물론 안그래도 어려운 건설감리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설공사는 지난 2007년 공기업 효율화 대상에 선정된 이후 2011년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건설감리업이 민간시장이 주도하는 만큼 공기업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형 감리업체의 한 임원은 7일 건설공사를 '없어져야 할 기업'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건설공사가 민간기업과 똑같이 경쟁해서 감리업무를 수주하고 있는 상태인데, 굳이 공기업 형태로 남아있을 필요가 있겠냐"며 "최근 수주실적이 줄어드는 등 민간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지고 있는 만큼 민영화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공단화 이후 맡게될 감독 업무에 대한 우려도 높다. 김수삼 성균관대학교 유시티공학과 교수는 "이미 민영화된 시장에서 책임감리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공단을 굳이 만들어 '옥상옥'으로 감리업체를 감독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감리업은 정부에서 승인을 해주면 감리업자의 책임하에 시공단계에서 안전을 점검하고 있는 만큼 감리업자들을 다시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5월24일부터 시행된 건설기술진흥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건설감리를 건설사업관리로 확장시켜 보다 시공, 설계, 안전진단 등 건설사업을 통합해 건설용역을 선진화시키겠다는 목표로 건설기술관리법을 건설기술진흥법으로 개정했다. 민간 감리업의 파이를 크게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협회 관계자는 "건설기술관리법은 지난 5월23일부터 건설기술진흥법으로 바뀌어 시행된다"며 "건설감리업을 건설사업관리로 바뀌면서 시장을 보다 활성화시키려는 것이 시장의 흐름인데, 공단이 관리감독하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는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감독을 한다고 해서 안전이 향상되는 것으로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이 생긴다고 해서 건축물 안전이 강화될 것이라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며 "차라리 감리 규정을 강화하거나 양질의 건설감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건설관리공사의 매각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완강하다. 기재부 담당자는 "감리시장이 활성화되고 건설관리공사도 민간업체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공기업으로 남을 필요가 없다"며 "이번 법안은 결국 공사 매각 하지 않겠다는 거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반문했다.
"불황에 4위업체 누가 사겠나? 새 기능 모색해야"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각이 6년째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우리의 전문성을 살려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김원덕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은 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가진 인터뷰에서 공사의 민영화 논란과 관련해 공사의 공단 전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현실적으로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사의 가치만 갉아먹는 현 구조를 계속 끌고 갈 수고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7년 민영화 대상으로 분류된 건설관리공사는 2011년부터 3년동안 6차례 매각입찰 공고를 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김 사장은 "건설공사가 업계 4위인데, 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감리회사를 살 수 있는 업체는 전무하다"면서 "지금 건설공사에 관심이 있는 회사는 감리업과 전혀 관계없는 영농법인인데, 7월 25일 입찰공고때도 이 업체밖에 지원하지 않아 유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각 결정 후 지난 8년 간 건설공사의 내상은 깊어졌다. 2007년 민영화가 결정된 후 공사 직원은 1000명에서 500여명으로 줄었다. 매출도 매각 공고가 날 때마다 수십억원이 곤두박질 쳤다. 김 사장은 "완전하게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건설공사 경쟁 입찰할 때 매각이 진행중인 부분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계속된 매각 실패에도 매각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번 매각 보류도 일시적일 뿐 매각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건설공사 매각 담당자는 "건설공사는 오랫동안 매각대상으로 선정된 회사다"며 "공기업 형태가 불필요한 만큼 매각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도 민영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감리시장이 민영화됐고, 건설관리공사도 민간과 똑같이 경쟁해 사업을 수주하는 만큼 공기업 형태로 있을 필요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답없는 민영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안전 문제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공익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영리위주로 하다보면 안전 공공성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며 "건설경기가 위축돼 있으니까 업체들끼리는 피튀기는 경쟁을 하고 로비에 쓰인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저임금, 계약직 위주로 되는 경우가 많아 건설감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토부도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건설안전을 관리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전문인력과 조직을 활용해 안전성 강화 방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2조 시장에 570여사 경쟁' 건설감리업계 어떻길래
'건설감리 업체 570여 개, 종사자 3만여 명, 전체 시장 1조2000억원'
건설관리공사 민영화를 두고 논란이 뜨거운 것은 건설감리시장의 시장상황과 관련이 깊다.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 수, 종사자 수가 많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위축시킨다든가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감리업은 불황이다. 건설감리업은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등 각종 건축물 붕괴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생긴 시장이다. 정부가 책임감리제를 시행하면서 국토부, 공공기업, 아파트 등 주택법에 명시된 건축물은 시공 시 별도 기관의 감리를 받도록 했다.
2011년 1조4000억원까지 늘었났던 시장규모는 2013년 1조2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건설관리공사(건설관리공사)가 공단으로 바뀌는 법안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을 수 밖에 없다.
현재 건설관리공사는 공기업에 해당하는 공사 신분이지만 민간기업과 똑같이 경쟁하고 있다. 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 규모 등도 줄어드는 추세다. 공사의 매출은 지난 2009년 615억원 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428억원으로 떨어졌다.
공단으로 전환되면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민간 기업들과 생존을 위해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공단은 비영리 공기업으로 정부에서 받는 돈으로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스로 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면 정부가 지급하는 돈을 받고 정부 위탁사업을 하는 것이다.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안전관리공단 설립법'에 따르면 설립될 공단의 역할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민간 감리업체들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299개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감리 결과를 평가했던 부분도 공단이 맡도록 했다. 현재 책임감리 대상에서 제외돼 공무원이 자체적으로 감리를 할 수 있도록 한 시공비 200억원 미만 사업에 대한 자문 업무도 하게 된다.
김원덕 건설관리공사 사장은 "우리가 하는 업무는 기존의 감리업무과 전혀 다른 것이다"며 "업계 4위였던 우리가 기존 시장에서 나가는 것이니 우리가 매해 수주한 400억원 만큼의 시장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감리업체는 김 사장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감리업체를 관리하는 건설기술협회 관계자는 "건설기술법이 최근 건설진흥법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감리업을 보는 시각을 규제에서 진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기관을 설립하면 민간업체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