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의원이 우수국감의원이 못된 이유

[기자수첩]A의원이 우수국감의원이 못된 이유

이미호 기자
2014.10.13 06:35

[the300]

the300 이미호기자.
the300 이미호기자.

"우리 의원님이 국감 우수의원이 된다면 저는 한 번 과감하게 거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국감 대상 거부한 000의원, 이유는…' 어때요. 멋지지 않아요?"

국정감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A의원실 정책비서관이 며칠 전 기자에게 건넨 얘기다. 이 비서관이 일하는 의원실은 지난해 국감 직후, 한 시민단체의 취업알선 요청을 거절했고 이는 '우수 국감의원' 탈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우수 국감의원' 타이틀이 사실상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의원실과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상을 주고, 의원실에서는 이를 지역구에 홍보수단으로 활용한다. 시상을 하는 단체도 수십개라, 한 의원이 3-4개 단체에서 우수상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수 국감의원'이 난무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선정 기준 없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언론 노출도'가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문제다. 내용 보다는 '언론사 입맛'에 맞는 콘텐츠 위주로 국감 준비가 이뤄지기 십상인 탓이다. 보좌관들도 "'어떤 언론사에 몇 번 보도가 됐다'고 홍보해야 소위 '먹힐 수 있다'"고 현실을 토로한다.

심지어 정당에서조차 언론 노출을 기준으로 상을 준다. 방송3사>종합일간지>경제지>인터넷언론사 순으로 점수를 매긴다. "방송 3사 9시 뉴스를 타면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게 보좌진들의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 보다는 쉽게 이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텍스트 보다는 영상으로 담기 쉬운 콘텐츠 위주로 국감이 이뤄지게 된다. 국감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할 언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제대로 된 평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악순환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언론의 보도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정치적 선정성과 '충격 효과'만 노리는 보도에 매달리다 보면 합리적 대안 제시를 하는 의원들은 눈에 들어오기 어렵다. 특정 정당 등 고정 출입처에 묶인 공생적인 유착관계도 당장에서는 입에 달지 모르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활동 반경과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정 감시자'로서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입법능력과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능력일 거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우수 국감의원', 박수 받는 국회의원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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