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경제'도 '자유'도 없는 경자구역②] 사방에 '시어머니'···손발 묶인 경제자유구역

# 지난 3월19일 전남 광양의 한 호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GFEZ) 개청 10주년 기념식을 닷새 앞두고 '제5차 광양만권발전협의회'가 열렸다. 이희봉 청장과 여수·순천·광양시장, 3개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잔치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이내 파행으로 치달았다.
조충훈 순천시장과 이 청장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진 탓이다. 다툼의 빌미는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순천 신대지구 입점 문제였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이 코스트코의 입점을 추진하는데 대해 지역 상공인들의 피해를 우려한 조충훈 순천시장이 이 청장에게 강하게 항의하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 청장은 코스트코 순천점 개설 허용 문제로 지역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경제자유구역 난맥상의 상당부분은 경제자유구역청과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간의 알력에서 비롯된다. 현행 제도가 이 같은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현행 법령상 경제자유구역 지정 요청은 시·도지사가 하고, 지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다. 전체적인 개발 계획 수립은 해당 지역의 경제자유구역청이 하지만 승인은 시·도지사가 하고, 그 뒤에는 사실상 중앙정부가 견제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11조1항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개발사업의 실시계획을 승인하면 자동으로 39개 관련 법률에 대해 의제처리가 이뤄진다. 산지관리법 농지법 하천법 수도법 폐기물관리법 관광진흥법 3도로법 항만법 건축법 주택법 등의 관련 인·허가 또는 신고, 승인 의무가 면제된다는 뜻이다.
이것만 보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 조항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1조2항은 시·도지사가 실시계획을 승인하는 경우 미리 관계 부처의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실시계획 승인권을 가진 시·도지사의 눈치를 보고, 시·도지사는 협의 상대인 중앙정부 장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정 또는 지정해제 권한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는 시·도지사에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경제특구에 대해 개발의 주도권은 민간에 주고 정부는 개발승인 절차의 간소화, 신속한 고용 및 수출입 허가, 통관 및 환전 지원,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등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하는 데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