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 속기록]존엄사법 "제일 중요한건 상속문제…"

[막전막후 속기록]존엄사법 "제일 중요한건 상속문제…"

배소진 기자
2015.03.27 06:00

[the300][런치리포트-품위있게 죽을 권리③]'대리인정' 등 논란으로 국회 문턱 못넘어

국내에서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건 2009년 '김할머니 연명치료 중단'이 계기가 됐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할머니의 가족들이 본인의 평소 뜻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했고, 소송 끝에 그해 5월 대법원이 최초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 것이다.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발호흡을 통해 200일 이상 생존하다 2010년 1월 별세했다.

이 과정에서 연명치료 중단의 법제화 필요성을 놓고 사회 각 층에서 논란이 일었다. 18대 국회에서도 잇따라 '존엄사'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김충환 전 의원의 '호스피스·완화치료에 관한 법’ 제정안, 신상진 의원의 '존엄사법' 제정안, 김세연 의원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 (자연사법) 제정안 등 3건이다.

세 건 모두 말기암 환자들이 심폐소생술 등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에 대해 사전에 의사를 밝힐 경우 의료인의 치료 결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상임위 차원의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정부 차원에서 의료계, 종교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에도 들어갔다.

이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의 첫 논의는 2010년 4월 15일 김 전

의원의 법안을 검토하면서다. 법안은 말기 암 환자 대상 호스피스·완화 치료 필요성을 언급하는 동시에 생명연장치료에 대한 '사전의사 결정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따라 김 전 의원의 법안은 호스피스·완화치료에 대한 일부만 암관리법 개정안으로 흡수처리됐다.

김승기 복지위 전문위원= "말기 암 환자가 심폐소생술 등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에 대해서 그 시행 여부 그리고 완화의료기관의 이용 여부 등에서 미리 결정하는 사전의사결정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입법취지다. 검토의견의 결론은 지금 현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기상조가 결론이다."

최영희 민주통합당 의원= "존엄사와 달리 자기가 암인 것 뻔히 알고, 죽을 것 알고 있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원희목 새누리당 의원(소위원장 대리)= "그것이 존엄사다. 지금 큰 쟁점이고, 존엄사와 같이 (논의) 해야한다. 연명치료하고도 연결되고 복잡하니 이것은 넘어가도록…."

그리고 4개월 뒤인 2010년 6월 24일 신 의원과 김 의원의 법안이 동시에 법안소위에서 논의됐다. 이날 쟁점은 '성인의 대리인 허용' 여부였다. 의사소통능력을 상실한 환자의 의사를 어떻게 추정하고, 그 의사를 가족 등이 대신해서 밝힐 수 있도록 할 지에 대한 논의였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본인들이 사전에 의식이 있을 때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리제도를 법으로 하면 사실은 조금 윤리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좀 부담이 된다. 안담자니 지금 이 문화에서 폭넓게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오히려 제한할 소지도 있다는 염려가 있어서…."

김종두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 돌아가시면 생기는 게 상속 문제이고…."

신상진 의원(소위원장)= "그런데 이게 대 전제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 아니냐. 식물인간은 살아날 수 있으니까 빼자는 것이지 않나.자발호흡이 안되는 임종 앞 둔 그런 사람에게 이 연명치료 중단 의사표시를 사전에 했느냐 보호자 대리인을 인정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인공호흡기로 억지로 한 달을 끈다고 해서 상속 문제가 뭐…제가 볼 땐 지엽적인 문제다."

이애주 전 새누리당 의원="그런데 위원장님은 상속에 대한 것을 배제하고 있다. 상속 문제가 따를 때는 이게 살아있느냐 아니냐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 간의 문제가 많다."

신 소위원장= "말기환자 진단을 받고 임종을 앞두고 있는, 그것도 자발적 호흡을 하는 사람을 인위적을 죽음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인공호흡기를 떼자는 것인데 거기에 대해 대리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도 있다."

김강립 국장= "성인 대리에 대한 문제가 제일 크다. 법제화 필요성이나 입법목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냐는 논쟁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사회적협의체) 7차회의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해보기로…."

그해 12월 1일, 다시 열린 법안소위는 사회적협의체 7차회의 결과에 대한 보고로 시작됐다. 회의에서는 대상환자는 말기 환자로, 수분이나 영양공급 등은 중단 가능한 연명치료의 범위에 넣을 수 없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지만 '대리인'인정 여부는 마지막까지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 때문에 법안소위도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운동을 벌여 대리 제도에 대한 논란을 해결해보자는 '원론적'인 얘기만 나눈 채 법안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18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신 소위원장="합의가 다 어렵사리 이뤄졌는데 단지 하나, 성인에 대해 대리인정에 대한 것. 여기에 종교계는 반대이고 의료계는 찬성…의료계는 오히려 그것을 빼면 이 법 자체가 오히려 더 문제다. 입법화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입장인 거다."

김원종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사실 지난 6월 사회적협의체를 한 후 이 쟁점이 타협이 안돼 회의를 못하고 있다.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대리가 필요없는 것이니 그걸 활성화하는 운동을 민간 쪽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신 소위원장="건강한 사람도 자기가 그런 처지가 될 때 미리 그런 것을 작성해 두는 운동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어느 정도 해법이 찾아지겠다."

한편 김세연 의원은 19대 국회인 지난해 3월 조금 손질한 '자연사'법을 재발의 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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