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세월호참사, '무한책임' 진다던 해양수산부가…

[뷰300]세월호참사, '무한책임' 진다던 해양수산부가…

박다해 기자
2015.11.26 10:53

[the300]'수사대상'이 '수사주체' 노릇하나…세월호 1년7개월, 달라진 해수부 태도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2014년 7월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의 가장 주된 책임자는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부의 유관기관이다, 이렇게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장관님께서는 동의하시지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예, 동의합니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번 사건은 사고로 시작했다가 참사로 이어지는 사건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국민을 살리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이 사건에 대한 장관의 책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책임은 매우 큽니다. 무한책임을 제가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는 참사에 책임이 있는 기관임을 자인해왔다.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지난해 7월국회에서 열린 '세월호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피조사기관'의 장으로 참석해 해수부의 무한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해수부가 내부적으로 '세월호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수사대상'이 '수사주체'로 변했단 비판을 피하기 어렵단 지적이다.

◇ 해양수산부, 불과 1년 전엔 "무한책임을 져야된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당시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에게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의 가장 주된 책임자는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부의 유관기관이다, 이렇게 저는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신의진 의원은 "연안여객선의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주무 부서로서의 책임에서, 이번 세월호사건은, (해수부가) 절대 저는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고 꼬집었고 이 전 장관은 역시 "그렇다"고 인정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수부장관의 책임을 묻는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는 "책임이 매우 크다. 무한책임을 제가 져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에 근거, 세월호특조위가 출범한 뒤엔 특조위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유기준 전 해수부 장관은 지난 5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논란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조위의 독립성은 특별법에서 이미 보장되어 있는 것"이라며 "특조위의 독립성이 더욱더 보장되고 진상규명이 위원회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서 될 수 있도록 주관 부서인 해수부에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석 현 해수부 장관도 지난 9일 인사청문회에서 이석태 특조위원장의 광화문 농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독립된 기관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좀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수부는 세월호특조위의 활동기간 논란에 대해서도 "국회가 동의해 법을 개정한다면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적어도 대외적으론 말이다.

◇ 대외적으론 '특조위 독립성 보장' 주장, 내부적으론 '대응지침' 마련

최근 드러난 '세월호특조위 대응문건'은 그동안 해수부가 표명해 온 '참사에 대한 책임'이나 '특조위 독립성 보장'은 '대외용'에만 해당되는 말이었음을 보여준다.

해수부는 해당 문건에 "BH(청와대) 조사 건과 관련해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들은 필요시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한다", "국회 여당 의원들이 필요시 비정상적·편향적 위원회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여당추천위원 정례 미팅을 통해 주요 안건 및 의사결정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등의 세세한 지침을 명시했다.

또 세월호특조위의 활동기간에 대해서도 "인양 추진과정 및 완료 후 특조위의 선체 조사에 최대한 협조함으로써 활동기간 연장기간의 최소화를 도모한다"고 밝히고 있다. 해수부가 그간 대외적으로 밝힌 입장과 정면배치되는 것이다.

(관련기사☞[단독]해수부 "세월호 특조위, BH 조사시 與위원 사퇴 표명"…'대응방안' 문건)

특조위 소속 여당 추천위원들은 해당 문건을 증명하듯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위가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할 경우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잇따라 특조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조위가 '참사 당일 청와대의 업무대응 적정성의 건'에 대한 조사개시를 결정하기도 전의 일이다.

◇ '해피아' 논란 촉발시킨 세월호 참사

이주영 전 장관의 발언과 같이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인 선박안전 관리 소홀문제와 관련, 해수부 공무원과 감독기관의 유착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해피아'(해수부 출신 공무원+마피아)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때문이었다.

당시 세월호국조특위에 참여한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해수부의 한 공무원은 청해진해운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선박의 '재화중량'(선박의 안전한 항행이 가능한 화물 등의 최대 적재량)이 인가조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송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해진해운이 상습적으로 선박화물을 과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고 사업면허증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역시 국조특위에서 "(선박감독기관인) 한국선급 본부장 등이 (지난해) 4월 해수부 직원에게 한국선급 법인카드를 직원 회식에 사용하도록 넘겨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2013년 해수부 직원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선박 평형수 처리설비 연구자료를 넘겨 달라고 강요해서 이것을 받은 후에 한국선급에 넘겨주고 700여 만 원의 뇌물을 수수했다. (해수부 공무원은) 선박 평형수 관련 행사 대행업체로부터는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3000만 원의 금품수수를 한 혐의도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 열린 해수부 국정감사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이주영 전 장관은 "해피아·관피아 적폐로 인해 전 해수부 공무원들이 안전과 관련된 자리에서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해양수산부가 안전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 주관부처로서 잘못된 관행에 안주해 있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골탈태 하겠다"고 다짐했다.

(관련기사☞'장발' 이주영의 '말말말'…"해피아 유착 척결하겠다")

◇국정감사에서도 '해피아'논란·선박관리 소홀 문제 여전

그러나 1년이 지난 올해 해수부 국정감사에서도 '해피아' 논란은 어김없이 제기됐다.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해피아 배제 원칙'의 일환으로 해수부 출신 인사를 산하 기관이나 관련 기관에 임명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자제해왔는데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울산항만공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관련 기관에 기관장, 감사, 경영본부장 등으로 해수부 전현직 관료들이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실시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장, 국립수산과학원장 공모에서도 해수부 출신 간부가 임용됐다.

선박안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발생한 '돌고래호' 전복사고로 낚시어선 관리 및 구명조끼 보급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엉뚱한 수색을 촉발시킨 '표류예측시스템'도 지적됐다.

한국선급·한국해운조합 등 해수부 산하 기관도 △선박검사를 형식적으로 하는 점 △선박 부실검사자에 대한 징계가 감면된 점 △세월호 참사와 연루된 이들이 다시 대거 채용된 점 등에 대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관련기사☞"세월호 후 달라진 게 뭐냐" 한국선급·해운조합 '뭇매')

◇ '세월호특조위 대응문건'엔 책임회피…국회 보이콧까지

해수부는 '세월호특조위 대응문건'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답만 반복하고 있다. 24일 해당 문건과 관련해 열린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는 해수부 장·차관을 포함, 관계자가 전원 불참했다.

"위원회가 의결로 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121조를 이유로 들면서다. 이날 농해수위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하자 여야가 합의한 회의가 아니란 이유로 사실상 국회를 '보이콧'한 셈이다.

김우남 농해수위 위원장은 "해수부가 국회법 121조를 근거로 불출석했는데 그동안 농해수위는 의결절차 없이 국무위원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해당 조항을 근거로 불출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7개월, 변한 것은 없다. 부랴부랴 선박 안전 대책을 세웠지만 돌고래호 사고를 계기로 다시 허점이 드러났고 '해피아' 문제도 여전하다. 딱 하나 변한 것이 있다면 바로 1년 전 "무한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던 해수부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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