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협화음'에 뒤에서 웃는 주류제조사

정부 '불협화음'에 뒤에서 웃는 주류제조사

김세관 기자
2016.01.22 05:5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런치리포트-빈병값 인상 논란⓵]규제위, 국회 통과 '취급수수료'인상 백지화

지난해 11월 말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국민 소주 '참이슬'의 출고가격을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62%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제조·판매비용 증가 등의 원가상승 요인 누적이 가격 인상의 원인이라고 당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공교롭게도 주류제조사가 부담해야 하는 공병 '취급수수료'가 100%가량(16원→33원) 인상 예정이던 시점과 맞물린다. 관련 제도를 개정한 국회는 '취급수수료' 인상이 소주값 상승을 직접적으로 부추긴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회 법개정 뒤집은 규제위…주류 제조사는 '1석3조'

공병 '취급수수료' 인상은 국회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재활용촉진법) 개정안'을 통해 '빈용기보증금(공병 반납시 환급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함께 처리됐다. 환경보호를 위한 자원 재활용 촉진 목적이라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법이 통과되자 구체적인 시행을 준비했던 상황.

정치권은 주류 업계의 소주값 인상 방안이 발표되자 재활용 촉진 정책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며 우려를 보냈다.

그러나 또 다른 정부부처인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해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다. 규제위가 지난해 11월27일 '빈용기보증금 인상'이 소비자 부담은 가중시키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이에 따라 소주값 인상을 앞두고 '빈용기보증금 인상'을 1년 간 유예하고 '취급수수료'는 업게 자율에 맡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주류제조사는 본인 부담인 '취급수수료' 인상은 철회된 상황에서 소주값만 인상하는 '덕'을 보게 됐다. 1년 유예를 거친 '빈용기보증금 인상'이 2017년 시행되면 공병 회수율도 상승할 것으로 보여 제조비용을 절감되는 1석3조의 효과를 규제위 결정으로 누리게 됐다.

◇'빈용기보증금 인상'…공병 재사용 실효성 높이는 차원서 통과

'빈용기보증금 인상'이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년 동안 동결됐던 공병 반환 보증금을 현실화 해 공병의 재사용율과 재사용 횟수를 늘리자는 취지였다.

반복 사용이 가능한 유리 용기사용 제품 판매 가격에 공병 값을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 소비자가 공병을 소매점 등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것이 '빈용기보증금' 제도다.

1980~90년대에는 일반 가정 등을 중심으로 '빈용기보증금' 반환이 활발했다. 그러나 1994년 이후 소주 40원, 맥주 50원으로 보증금이 20년 넘게 묶이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95%에 육박하는 다른 선진국의 공병 재사용율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병 재사용율은 85% 수준이다. 이 중 소비자가 직접 반환하는 빈병 비율은 24%에 그치고 있다. 공병 재사용 횟수도 일본이 28회, 독일이 40회지만 우리나라는 8회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공병을 가져오는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보증금 가격을 소주는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의 법안을 발의했고 국회와 정부의 공감대를 얻어 개정이 확정됐었다.

◇법 만든 국회 강력 반발…쥬류 업계 갈등까지 유발

국회가 주류제조사의 소주값 인상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판단 중인 '취급수수료 인상'은 '빈용기보증금 인상'과 함께 '재활용촉진법 개정안'에 담겨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인 정책 개정 사안이었다.

'빈용기보증금'이 공병 재활용을 위해 비용을 부담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라면 '취급수수료'는 주류제조사가 공병을 수거해 준 주류 도소매상들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취급수수료'가 인상되면 제조사가 지불해야 할 직접 비용도 늘게 되는 셈. 국회가 소주값인상이 '취급수수료' 인상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법 개정에 따라 '취급수수료'는 소주(16월)와 맥주(19원) 모두 33원으로 인상되는 방안이 결정됐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가 법 개정을 뒤집는 결정을 하면서 '취급수수료' 인상은 철회됐고 결과적으로 소주값만 상승했다. 정치권의 당초 우려는 반발 양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빈용기보증금 인상안'을 제출했던 최봉홍 의원(새누리당)이 '이럴 바에는 아예 '빈용기보증금'을 폐지하는 것이 낫다'는 내용의 항의성 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정부·여당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야당도 규제위가 주류업계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규제위의 결정은 환노위 여야 의원들이 신중한 논의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한 법률의 집행에 제동을 거는 월권행위이자 주류업계만 옹호한 편향된 결정"이라며 "특히 '취급수수료'를 업계 자율에 맡기라는 것은 제도의 문제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규제위의 '취급수수료' 업계 자율 결정은 최근 주류 판매상과 주류제조사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판매상인들은 수거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제조사는 현행대로해도 충분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19일 빈병 취급수수료에 대한 업계 간 자율협상 1차 회의가 열렸지만 주요 제조사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파행,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