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처벌 면제 가액, 기존 보다 높아졌지만 예외 없이 적용…법 취지 살리는 개정안 쉽지 않을 듯

국민권익위원회가 9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면서 법 개정 논란이 더 불붙을 전망이다. 처벌을 면하는 최소 가액 기준이 기존의 공무원윤리강령 규정 보다는 일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식당, 선물업계, 농축수산업계 등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개정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사회 투명성 제고 명분을 넘어서기 쉽지 않고, 법 취지를 살리면서 조정하는 현실적인 방안도 찾기가 어려워 개정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등이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수수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수수하면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다만 시행령에서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부조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허용할만한 최소한의 가액기준을 정하도록 했는데 이날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기존의 공무원행동강령과 비교할 때 음식물은 동일 수준이고, 경조사비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아졌다. 선물은 아예 수수를 금지했던 것이 5만원으로 정해졌다.
이같은 기준은 공무원행동강령 보다는 완화되긴 했지만 관련 내수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우 선물 세트의 경우 90% 이상이 10만원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고, 일반 선물 세트도 5만원 이상 짜리가 주종을 이루는 실정이다. 음식비도 저녁 식사의 경우 주류 등을 합칠 경우 1인당 3만원을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인게 현실이다. 관련 식당, 농수축산물 농가, 각종 선물 업계 등은 가뜩이나 내수가 살지 않는 와중에 시장이 더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본부장 오찬에서 경제 영향을 우려하며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을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김영란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우리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라는 김영란법 제정의 명분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김영란법 국회 심의 막바지에도 경제 악영향을 비롯한 각종 우려가 제기됐지만 처리를 촉구하는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이겨내지 못했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박 대통령의 개정 필요성 발언에 대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하는 등 야권을 중심으로 김영란법 개정에 반대하는 기류가 여전하다.
무엇보다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개정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여의치 않다는 게 근본적인 고민이다. 농축산업계 등 일부 분야만 적용 대상에 제외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금액 기준을 크게 높이게 되면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김영란법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경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한 두 조문을 바꿔선 안되고 전체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시행일인 9월28일 전에 김영란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청구 내용이 언론인과 사립교직원의 법 적용 대상 포함 여부, 부정청탁의 모호한 개념 등에 대한 것이어서 경제 영향을 해소하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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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심리 중인 쟁점은 크게 법 적용대상과 포괄위임 금지 원칙 위배여부 등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한 것에 대해 국회 논의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언론, 사학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언론인과 취재원의 만남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사립학교 관계자들의 자주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처벌 면제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 타격을 감안해 법 시행을 더 유예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대안이 마땅찮은 가운데 무장적 시행을 미루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개정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