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3년만에 돌아온 세월호

[런치리포트]3년만에 돌아온 세월호

구경민 , 노규환 인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정영일 기자
2017.04.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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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세월호 3년 못다한 숙제...우리는 안전한가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왔다. 2014년 4월16일 참사 발생 이후 1089일 만이다. 사람들은 참담함을 호소한다. 이렇게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데 3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참담함을 부르는 것은 인양에 걸린 기간만이 아니다. 다시는 이같은 참사가 발생하면 안된다며 발의됐던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 쌓여있다.

20대 국회 들어 처리된 법안들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이거나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기간을 연장해주는 수준이다.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해상 안전이나 관피아 방지, 안전 관련 요원 정규직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총 45건 발의, 처리는 고작 4건=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세월호 관련 법은 총 45건이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세월호'를 키워드로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검색을 했을때 나오는 결과다. 법안을 발의하며 법안을 제안하는 이유를 제출하는데 그 안에 '세월호'라는 단어가 들어간 법안들이다.

이 가운데 20대 국회 1년여동안 처리된 안건은 4건에 불과하다. 원안가결된 법안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김태흠 의원 등 10인이 제안한 같은 내용의 법안과 김현권 의원 등 14인이 제안한 '세월호 선체조사 및 보존에 관한 특별법안'이 반영된 위원장 대안이다.

주요 내용은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조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회 선출 5인과 희생자 가족대표 선출 3인 등 총 8인이 참여하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법안이다. 활동기한은 6개월 이내이고 1회에 한해 4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정가결된 법안은 김현권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의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뼈대다. 여야 5당은 지난 30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했다.

◇진실규명 10건 등 처리못해=국회에 쌓여 있는 법을 제정 목적에 따라 분류해보면 △진실규명·안전사회 건설 13건(3건 기처리) △피해구제 관련 8건(1건 기처리) △기타안전 8건 △공직자 윤리 및 정부조직 개편 7건 △해양 안전 3건 △학교안전 3건 △방송통신 2건 △원자력 안전 1건 등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 관련된 법안에는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박주민의원 등 129인이 발의했다. 피해자들은 참사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시한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의 내용 가운데 선체 관련 부분만 '세월호 선체조사위법'에 반영됐다.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 관피아 방지를 위한 법안은 김해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 윤리법 일부 개정안이다. 참사 이후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재취업 승인율이 높다는 점에서 착안한 법이다.

2014년 하반기 71.3% 수준이었던 재취업 승인율은 2016년 상반기 91.9%까지 상승했다. 이 법안은 이에 따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위촉직 위원 7인 중 4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선임토록 하고 취업제한심사 결과 공개를 충실하게 하여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학교안전·원자력 안전법 등도 먼지만…=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는 학교 안전 관련 법안도 3건 모두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세월호 참사와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등으로 인해 국가차원에서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 중 학생 안전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발의된 법이다. 학교밖 교육활동시 국가의 인증을 받은 단체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이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도 미처리 상태로 남아있다. 이 법안은 세월호 사태 등에서 생명안전을 담당해야할 핵심 인원들이 비정규직 상태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발의됐다. 철도와 도시철도, 항공운수사업 등의 생명안전 수행업무에는 정규직 채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뼈대다.

이인영 의원은 법안 설명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에 대해 기간제근로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외주용역에 의한 인력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근로자는 낮은 소속감, 고용불안 등으로 사용자에게 그 업무의 안전문제를 소신껏 제기하기 어렵다"라며 "공중의 생명과 건강 등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는 직접고용에 의한 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재발막자" 해놓고 다시 고개든 관피아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대두되면서 '관피아근절법'이 강화됐지만 3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공직자 재취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장 또는 감사 가운데 '관피아'의 신규임용 비중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1년간 급격히 줄어들었다가 이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며 원 상태로 되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관료 출신들의 산하기관 낙하산에 따른 '적폐'가 여론의 집중타를 받은 뒤 산하기관 진출에 애로를 겪었던 관피아가 다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책임도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이후 1년간 관피아근절 강화를 위한 퇴직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등의 공직자윤리법안이 65건이나 발의됐지만 통과된 법안은 2건에 불과하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공직자윤리법은 7건에 그친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 게이트'로 권력공백기를 맞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89개, 기타 공공기관 201개 등 전체 공공기관 320개를 대상으로 공공기관 기관장 및 감사 총 414명의 이력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관피아 출신은 전체의 31.4%인 130명으로 조사됐다.

취임한 기간별로 분류하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뒤인 2015년 4월 16일부터 지난달까지 취임한 183명의 기관장 및 감사 가운데 관료 출신이 37.1%(68명)로 집계됐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부터 1년간 취임한 총 131명의 공공기관 기관장 및 감사 중 관피아의 비중이 14.5%(19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공무원 퇴직 후 관련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지목되면서 국토교통부 퇴직 공무원들의 관련 기관 재취업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의 관련 기관 재취업 규모가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안호영 의원도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퇴직 공무원 재취업 내역을 보면 2014년 4월 이후 관련 기관에 들어간 국토부 퇴직 공무원은 총 30명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의 5~12월 재취업자는 1명으로 급감했고, 2015년 재취업자도 12명으로 예년보다는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1~8월의 재취업자는 17명으로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 전인 2012년의 21명, 2013년의 19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퇴직 공무원들은 주무부처에서 쌓은 전문성을 관련 기관에서 발휘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이들을 통해 관련 기관과 주무부처의 유착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선배인 퇴직자들의 인맥 때문에 주무부처 담당 공무원의 관리와 감시가 소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잠시 주춤했던 산피아(산업부+마피아)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성곤 의원이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퇴직공직자(4급 이상)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 퇴직공직자들은 산하기관 재취업에 대부분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산림청에서 4급 이상으로 퇴직한 고위공직자는 30명이며 이들 중 18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재취업에 성공한 18명은 산림청 소관 법률에 법적근거를 둔 공공기관 및 협회 등 특수법인에서 인생 2모작에 나섰다. 특히 이들의 재취업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척결 분위기가 조성된 2014년에는 주춤하다가 2015년부터 다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위 의원은 밝혔다. 2013년부터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 6명에 그쳤던 낙하산 인사가 2015년에는 11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잠시 주춤했던 2014년 1명에 비해서는 크게 급증한 수치다.

위성곤 의원은 "현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관피아 문제를 지적하고 관피아 척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그 불은 성냥갑 크기에 불과했다"며 "관피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보다 강화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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