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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사건과 관련, 1차 성폭행 당시 현장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초동 조치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은 2년이 되도록 감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지방경찰청에 영광 여고생 사망사건 감찰 기록과 조치내용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감찰 내역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현장에 출동했던) 생활안전과에 확인한 결과 문제점이 없었다"며 "별도 감찰을 실시한 바 없다"고 했다.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사건은 2018년 9월13일 여고생 A양(16세)이 영광 한 모텔에서 B군(18)과 C군(18)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방치돼 사망한 사건이다. A양 사인은 급성알콜중독으로 B군과 C군이 1시간30분 만에 소주 3병 가까이 마시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과정에서 A양은 사건 한달 전에도 B군이 포함된 남학생 무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8월4일 영광 기독병원에서 술에 취한 A양을 남학생 4명이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발견되면서다. B군 등은 이 영상을 매개로 A양을 협박해 불러낸 다음 또다시 강간 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1차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이를 단순 주취 사건으로 종결했다. 응급실 여자 간호사가 "현장에 있었던 남자 간호사로부터 '피해자는 옷이 벗겨져 있었고 여경이 분홍색 속옷과 겉옷을 입혀줬다'고 들었다"고 언론에 인터뷰 했으나, 경찰은 A양이 옷을 모두 입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전남청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당시 출동경찰관 3명(경위 1명·순경 2명)이 이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가 여름이라 짧은 옷을 입고 있었고 옷매무새는 술에 취한 사람 정도의 흐트러짐으로 성폭행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또 A양이 술에 취했음에도 청소년보호법 위반(술 판매한 업소) 대응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남청은 "당시 피해자는 만취해 본인 인적사항을 말하지 못했고 현장에 있던 간호사가 피해자의 입원 사실를 기억하고 있어 병원에서 부친에게 연락해 신병을 인계했다"며 "당시 피해자의 미성년 사실 등 청소년 위반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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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록에 따르면 경찰관들은 당일 오후 7시19분 신고 접수 후 오후 7시22분 현장에 도착했고 업무 인계후 곧바로 밤 9시 퇴근했다. 신고자는 가해 남학생 중 1명이었으나 이 또한 2차 강간 사건 때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초동 조치가 부실했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비록 성폭행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피해자 신원을 확인해 10대임을 인지했다면 추후 조사나 조치가 달라졌을 수 있다"며 "피해자 및 신고자 신원 확인, 보호자 인계 과정에서의 경찰 조치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B군은 재판에서 1차 강간과 2차 강간치사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지난해 10월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공범 B군도 단기 6년~장기 8년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1·2차 강간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으나 초동 조치가 부실했던 경찰에 대해서는 감찰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초동조치부터 ABC를 지키지 않은 결과 피해 여고생은 가해자들의 잔악무도한 범죄에 노출돼 목숨을 잃었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잘못된 점을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찰청장은 고인과 피해 유가족에 사과하고 사건 대응과정의 문제점을 밝혀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시건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